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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카페]달콤한 유혹

입력 | 2006-05-15 03:00:00


아아, 얼마나 달콤한 ‘닉네임(별명)’이던가요.

지난해 11월 선보여 40만 대가 팔린 LG전자 초콜릿폰은 감성적 ‘제품 네이밍(이름짓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얇고 매끈한 디자인이 초콜릿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마치 휴대전화와 사랑에 빠져들 것만 같은 달콤한 이름입니다. 김태희, 다니엘 헤니, 현빈 등 유명 스타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도 딱 젊은 세대의 감성을 표현했습니다.

LG전자는 다음 달 초콜릿폰 후속 모델 출시를 앞두고 ‘전편의 영광’ 때문에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초콜릿폰은 이 회사가 고급 제품군으로 선보인 ‘블랙 라벨’ 시리즈의 첫 모델입니다.

대개의 명품 브랜드가 표방하는 블랙 라벨 개념보다는 초콜릿이란 별명이 사람들 뇌리에 깊이 박혔던 겁니다.

문제는 후속 모델입니다. 이 회사 마케팅 부문은 새 모델의 이름을 ‘블랙 라벨 Ⅱ’로 정하려고 합니다. 한승헌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상무는 “새 모델은 기존 초콜릿폰의 타깃 연령보다 10세 정도 높은 20대 중반∼30대 중반을 겨냥했다”며 “같은 이름으로는 소비자층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후속 모델은 초콜릿폰과 기능 차이가 없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단말기에 금색과 은색 띠가 둘러졌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LG전자 내부에서는 출시를 보름가량 앞두고도 후속 모델의 이름을 ‘초콜릿폰 Ⅱ’로 짓자는 의견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름만 달라진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냐는 겁니다.

한 상무는 “매번 ‘다이너마이트 급’ 인기모델을 선보이기는 힘들다”며 “대신 새 모델은 단말기 띠에 이름을 새겨 주는 극소량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함께 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초콜릿폰은 마케팅이 만들어낸 ‘이미지’ 효과를 많이 누렸습니다. 그러나 터치 패드와 충전기 불량 등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불만도 듣고 있습니다.

제품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이미지는 한순간에 공허해집니다. 소비자들은 멋들어진 이름보다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원합니다. 화려한 ‘네이밍’의 함정에 함몰되지 않는 품질 좋은 제품을 기대해 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