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힙합 합동 공연 ‘무브먼트’. 폐막 직전에는 ‘다이나믹 듀오’ ‘리쌍’ ‘에픽하이’ 등 이날 출연했던 13개 힙합 그룹이 모두 무대에 나와 공연을 펼쳤다. 김범석 기자
#1 “세상이 변했어.”
“어이, 거기 래퍼.”
불과 5, 6년 전 일이다. 그들은 각자의 이름이 아닌 ‘래퍼’로 불렸다. 대기실도 없어 건물 옆 계단에서 랩을 연습했던 그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래퍼들을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관객들이 몰렸고, 4시간 넘는 공연 내내 “손들어” “몸 흔들어” 같은 힙합맨들의 명령에 관객들은 복종했다. ‘무아지경’의 콘서트장은 ‘한증막’이었다.
▽바비 킴(부가킹즈)=“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닭살이 쫙 돋았어. 힙합 하나로 우리가 뭉칠 수 있다는 건 감격적인 사건이었어. 이제 더 는 방송국 앞 편의점에 숨어서 랩 연습은 하지 않아.”
1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 힙합 공연 ‘무브먼트 콘서트’는 힙합맨들의 ‘단합대회’였다. ‘드렁큰타이거’ ‘리쌍’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양동근 등 20명의 래퍼들이 얽히고설켜 공연을 펼쳤지만 목소리는 하나였다. “이것이 힙합이다!”
#2 “10년 만에 이루어졌죠.”
‘무브먼트’는 ‘지누션’ ‘원타임’ 등 양현석 사단이라 불리는 ‘YG’, 주석으로 대표되는 ‘마스터플랜(MP)’, ‘DJ DOC’의 ‘부다 사운드’와 함께 국내 힙합 크루(crew) 중 하나. 그러나 ‘무브먼트’가 돋보이는 것은 소속사가 아닌 술과 친목으로 다져진 크루라는 점이다.
▽주비(부가킹즈)=“벌써 10년이나 됐죠. 타이거JK(드렁큰타이거), 바비 킴(부가킹즈)… 힙합 형님들이 주축이 됐어요. 가입 조건도, 가입비도 없죠. 그저 ‘힙합 열정’ 하나면 돼요.”
▽은지원=“10대들이 솔직하고 메시지 강한 음악이라고 힙합에 점점 열광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 자체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3… “세대를 넘나드는 힙합을 만들어요.”
이번 콘서트는 ‘다이나믹 듀오’ ‘TBNY’ ‘에픽하이’가 이끈 1부, ‘올 블랙’ 더블K 은지원의 2부, MCK ‘부가킹즈’ ‘리쌍’&‘윈디시티’의 3부, 양동근 윤미래(T) ‘드렁큰타이거’의 4부로 이어졌다. 특히 척수염을 앓고 있는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는 “힘들어도 오늘만큼은 놀아보자”며 투혼을 발휘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3개 팀의 합동 무대. ‘리쌍’의 ‘러시’와 ‘CB mass’의 ‘진짜’ 등을 13개 팀이 함께 불렀다.
▽김반장(윈디시티)=“현재의 힙합문화는 1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만의 음악과 패션 트렌드이기 때문에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소속사를 넘어선 힙합맨들의 이번 무브먼트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