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아 촌지 수수를 우려한 대부분의 학교가 휴업을 하는 등 진정한 사제지간의 의미가 퇴색해 가는 요즘,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장 교감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서라벌중 배상식(裵祥植·63) 교장은 지난해 초빙교장으로 부임한 뒤 신문을 일일이 스크랩해 논술자료집을 만들고 매주 두 번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친다. 아침 일찍 열리는 수업이지만 많을 때는 50여 명의 학생이 모일 정도로 인기 강좌다.
배 교장은 아침마다 교문에 서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해 “수위보다 일찍 출근하는 교장”으로 불린다. 학교 주위를 돌며 쓰레기도 손수 줍고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실을 개방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 주고 있다.
2004년 정년퇴임한 배 교장은 “교육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신임교사가 된 기분”이라며 “권위를 벗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보람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산초등학교 문종국(文琮國·61) 교감은 올해 교감으로 승진했지만 목요일 밤마다 다시 교단에 선다. 15년 동안 서울 광진구 자양동 상일봉사학교에서 근로청소년과 노인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검정고시 출신인 문 교감은 1991년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불우청소년을 돕기 위해 야학을 시작했다. 적은 교사 월급을 쪼개 책과 밥을 사주며 고입, 고졸자격 검정고시를 지도해 200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문 교감은 “제자 중에 대학을 나와 다른 야학에서 봉사하는 학생이 많이 있다”며 “스승의 날에 그들이 찾아 올 때마다 함께 불우한 사람들의 희망과 안내자가 되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