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착취 여부가 논란의 주제가 됐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담당특사를 필두로 미국 측 인사들이 문제를 잇달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한국기업이 북한 노동자에 대해 2달러 이하의 일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 액수조차 북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사실 임금직불제 미실시에 따른 임금 지급의 불투명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기 이전과 이후의 생활수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해 보면 좀 더 ‘큰’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입주기업 A사는 지난주 북측 노동자들의 사원증용 사진을 재촬영했다. 사진이 나온 뒤 이를 1년 2개월 전에 찍은 옛 사진 옆에 붙이던 남한 측 관리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시커멓고 윤기 없던 얼굴이 하얗게 살이 오른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기미와 주근깨도 많이 없어졌다. 그들의 외양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B사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체력도 좋아져 C사는 공장 가동 초기 5시간 30분이던 작업시간을 1시간 더 늘릴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개성 시내에 다니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먹는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싸오던 도시락의 반찬이 다양해졌다. 고기반찬을 가져오는 사람도 나타났다. 임금 수준이 높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남측 기업이 제공하는 복리후생도 한몫했다. 점심시간에 제공하는 고깃국이나 만둣국 등이 대표적이다. 간식으로 초코파이와 계란, 미숫가루도 제공된다. 남한이나 미국 노동자에게는 복리후생 축에도 끼지 못하는 낮은 수준의 지원이지만 식량난을 겪는 북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실제로 지금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취업 청탁도 상당하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착취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개성공단은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공간일까, 아니면 생활조건 향상을 통해 인권을 개선하는 공간일까. 한미 간의 대화는 사실(facts)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