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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예순부터…김경인 등 중진작가 작품전 잇달아

입력 | 2006-05-16 03:03:00

손장섭 작 ‘법성포 근교 느티나무’.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화가 장욱진 씨는 생전에 ‘화가는 예순부터’란 말을 즐겨 했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중진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김경인(65), 손장섭(65), 윤석구(59) 작가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전(6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02-2020-2055)과 송번수(63) 작가의 개인전(6월 22일까지 세오갤러리·02-522-5612).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전에 참여한 김경인과 손장섭 씨는 회화작가, 윤석구 씨는 조각가다. 이들은 1940년대 태어났으며, 나무를 주제로 혹은 소재로 쓴다는 점에서 닮았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현실, 인간에 대한 고뇌와 삶의 흔적들을 작업에 담기 위해 고심하고 애써온 작가관을 지녔다. 주류에서 다소 벗어난 지점에서 남의 시선이나 관심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작가란 점도 중요하다.”(일민미술관 김희령 실장)

전시는 세 작가의 신작과 대표작, 잊혀진 작품까지 두루 살펴보는 여정으로 구성됐다. 김 씨는 1970, 80년대 ‘문맹자’ ‘공포’ 시리즈를 통해 시대의 고뇌와 우울을 포착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마을 어귀의 당나무나 성황나무는 동네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 손 씨의 ‘법성포 근교 느티나무’를 보면, 그런 당당한 나무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전북 익산에서 작업하는 윤 씨는 주변 벌목 현장에서 가져온 다양한 두께의 나무에 색을 입힌 시각적, 형상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장미에서 꽃과 이파리는 빼고, 오직 가시만 다루는 송번수 씨의 신작전에서도 원숙한 결실을 보여 준다.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아픔과 슬픔을 뾰족한 가시라는 상징물로 녹여낸 작업은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강렬함을 전달해 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