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거품(버블)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책의 최우선 목표 가운데 하나다.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외환위기 같은 재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제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구와 목동, 경기도의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 용인시 집값이 폭등했다며 이들 7곳을 ‘버블 세븐’이라고 이름 붙였다.
청와대는 이들 지역 이외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듯이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 불패(不敗)냐, 노무현 불패냐’ 보자며 35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놓고도 집값 폭등지역을 이렇게 넓힌 것은 정책실패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이들 지역 말고도 서울 용산 강서 노원구, 경기 고양시 일산, 인천 부산 대구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됐다. 그렇다면 98%를 위해 2%를 때린다는 식의 선전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일부 지역에서 폭등한 집값이 청와대 주장대로 ‘버블’임이 틀림없다면, 부동산대책 잘 세웠다고 훈장까지 받고도 버블을 예방하지 못한 정책 당국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버블이 꺼질 때가 됐다”고 협박하는 것은 더욱 무책임한 경제정책의 자폭(自爆)행위다. 원화가치 버블의 붕괴가 낳은 외환위기는 수많은 중산층과 서민을 생활고와 자살로 몰고 갔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초장기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부동산 연착륙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거품 붕괴를 예고하기에 바쁜 정부 당국자들이 과연 우리 경제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4월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만 200조 원에 육박했다. 4월 한 달 사이에만도 3조1700억 원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주택담보대출 수백조 원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는 환율 유가 등 대외 악재와 겹쳐 심각한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부터 새로운 경제위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청와대가 강조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정책’은 물 건너가고 만다.
청와대가 ‘버블 세븐’이란 말을 만들어 낸 날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부동산 보유를 유혹하는 요인이 계속 제공되는 현실에서 중과세(重課稅)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완곡하지만 현 정부의 문제점을 꿰뚫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