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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동관]釜山정권

입력 | 2006-05-17 03:02:00


미국도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 사람들을 중용한다. 조지아 주(州) 땅콩농장 주인이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부지런히 배우면 누구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조지아 사단’을 대거 백악관 요직에 앉혔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지역을 따지지 않고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썼다. 당내 경선 라이벌 조지 부시의 참모장 제임스 베이커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카터=아마추어 대통령’ ‘레이건=용인(用人)의 달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탕평(蕩平) 인사’를 강조했지만 부산 경남(PK) 출신의 약진은 갈수록 두드러진다. 한 언론기관 조사에 따르면 2월 현재 청와대와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직 302명 중 PK 출신은 59명(19.6%)으로 1위다. 작년에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정부 및 산하단체 고위인사 82명 중 30% 선인 26명이 PK 출신이었다. 금융계 요직을 줄줄이 이 지역 출신이 차지하기도 했다. PK 출신들의 술자리 애창곡이 ‘부산 갈매기’다.

▷‘왕수석’으로 불렸던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와 지역 개발, 인사 등에서 배려를 했는데도 여당 후보들이 선거에서 고전 중인 데 대한 불만 토로다. 그러나 부산 민심은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전체 국민의 체감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3월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국 37.5%, PK 지역 37.6%였다. 부산 민심의 이반은 ‘코드’를 앞세운 아마추어 집단의 국정운영 실패 탓일 뿐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합당 주장이 나오자 ‘지역 구도 극복이 창당 초심(初心)’임을 앞세워 반대했다. ‘부산정권’ 발언이 지방선거를 지역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면 반(反)역사적일뿐더러 부산 민심을 모욕하는 일이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