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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월드컵!]축구 자료수집 마니아 이재형 씨

입력 | 2006-05-17 03:02:00

국가대표급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 씨가 1960년대 포르투갈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검은 표범’ 에우세비우가 차던 공을 왼손에 잡은 채 수집품들을 선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펠레가 차던 공과 1950년대 국가대표 최정민 선생의 축구화도 보인다. 원대연 기자


○ 본선 32개국 유니폼 등 수천 점 모아

서울 성북구 보문동 이재형(45) 씨의 집에 들어서자 거실 가득히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의 최신 유니폼이 펼쳐져 있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사 모았어요. 아프리카 유니폼은 구하기가 특히 어려웠죠.”

축구전문잡지 ‘베스트일레븐’ 기획부장인 이 씨는 축구자료 수집에 미친 사나이다. 축구 자체에 미친 사나이는 많지만 이 씨는 국내에서 ‘축구자료 수집가’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마니아다.

수원월드컵경기장 1층의 ‘수원월드컵기념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축구 박물관. 이 씨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 8대 골든볼로 꼽은 2002 한일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 안정환의 골든볼을 비롯해 역대 한국축구대표팀 유니폼과 축구화, 북한 대표팀 유니폼 등 값으로 따지기 힘든 물품 2000여 점을 이곳에 기증했다.

이 씨는 안정환의 골든볼을 갖고 있던 모레노 심판의 동판을 만들어 에콰도르까지 직접 날아가는 정성을 들여 기증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영국의 축구 소장가를 통해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대표 스트라이커였던 고 최정민 씨의 축구화를 사들였다.

○ 1만여 권 장서 축구도서관이 꿈

그는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서 선수와 감독만 외국서 데려올 게 아니라 마케팅이나 축구행정 전문가들도 영입해야 한다”며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루에도 수차례 방송국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온다. 그의 자료 없이는 ‘한국 축구 역사’를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도 독일로 직접 날아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자료도 수집할 계획.

그의 꿈은 그동안 모은 1만여 권의 장서로 축구 도서관을 만들고 마니아들과 연합해 ‘축구 자료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씨는 “25년간 축구 자료를 수집해 오면서 결국 강한 의지, 즉 기(氣)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레노 심판이 골든볼을 가지고 있겠다는 의지보다 내 열망이 더 강했기 때문에 결국 공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