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급등락할 때마다 투자자의 시선은 외국인들에게 쏠렸다. 잘나가던 주가지수가 떨어지거나 다시 오를 때마다 외국인이 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펀드로 유입되는 돈은 줄어드는 반면 환매(중도 인출)로 빠져나가는 돈이 증가하면서 국내 투신권이 그만큼 힘이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17일 외국인의 순매도(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보다 많은 것) 공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782억 원으로 줄었지만 순매수로 돌아서지는 않아 ‘팔자’ 행진이 끝난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 미국 주식시장이 16일(현지 시간) 금리인상 우려로 약세를 보인 것도 ‘악재’가 될 수 있다.》
○ 수출주 위주 14일간 3조 물량 털어내
외국인이 최근 많이 내다파는 종목은 대부분 수출주다. 환율과 유가가 수출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수출종목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
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 이후 14일(거래일 기준) 동안 3조 원어치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금액 기준) 상위 10종목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9개 종목이 수출주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동시에 10위권 안에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 등 일련의 현대차그룹 사태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최근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하나금융지주 신세계 LG카드 동부화재 CJ(1우선주) 등 내수주가 많이 들어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약간 낮아졌다. 지난해 9월 42%에 이르렀던 외국인 비중은 17일 39.41%로 줄었다.
○ 헤지펀드 차익실현… 한국 여전히 매력적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고객을 갖고 있는 UBS증권 서울지점의 증권영업부문 최고책임자인 안승원 전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근 폭락 때도 외국인은 느긋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나, 언제쯤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나, 주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특히 장기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는 최근 폭락 때 원하는 종목을 많이 사들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파는 쪽은 어떤 세력일까.
단기 시세 변동에 민감한 헤지펀드와 일부 뮤추얼펀드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크게 올라 최근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순매도를 주도한 외국인투자가는 영국계(6129억 원) 싱가포르계(4028억 원) 홍콩계(2398억 원)였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 투자를 노리는 헤지펀드의 거점으로 이용되는 곳이어서 대부분 헤지펀드 자금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임춘수 법인영업팀장은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유가와 금 등 세계 자산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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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