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집배원들이 바빠지고 있다. 과거처럼 자전거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모습만 상상하면 안 된다. 연일 인재 교육, 전문가 초빙 강연이 이어진다. 이 밖에 마케팅 우수사례 연구, 6시그마 운동, 주요 사업 계획 발표와 토론 등…. 집배원들의 조직인 우정사업본부는 웬만한 대기업 뺨칠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간다. e메일이나 메신저,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등의 등장으로 편지 물량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이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출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룡 IT·물류기업’을 향한 도전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3자 물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3자 물류는 기업 물류를 전문 업체가 대행하는 것으로 요즘 물류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이를 위해 서울 광진구 일대에 지상 5층 규모의 초대형 우편물류센터를 지었다. 이 센터의 콘셉트는 ‘디지털 전진 기지’.
배송시스템을 완전 자동화하는 ‘집배순로 자동시스템’을 채택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우편물을 분류하는 시간이 하루 2시간씩 절약된다. 영종도, 대전, 부산 등에도 2010년까지 물류센터를 지을 방침이다.
지난해 전국의 집배원들에게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를 보급한 데 이어 위치 추적이 가능한 무선인식(RFID) 시스템도 올해부터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변상기 우정사업본부 소포사업과장은 “아직 많은 사람이 우체국 하면 손으로 직접 우편물을 분류, 배달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앞으로 민간회사보다도 더 첨단화된 기술로 무장한 ‘정보기술(IT) 회사’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황중연 본부장은 우편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직 개편 등 경영혁신 운동을 주도했다.
통상 우편 위주의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택배, 국제특송, 전자금융 등 전략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빼앗길라… 업계 긴장
관련 업계는 우정사업본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대한 인프라와 공적 기능을 앞세운 우정사업본부에 영토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 특히 시중은행과 택배·물류업체들은 우정사업본부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불공정 경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한 대형 물류업체 관계자는 “민간기업이라면 자기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인프라를 국가기간망을 통해 구축하고 공익근무요원까지 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 측은 “섬이나 산골 마을까지 우편서비스를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면서 “일반 우편사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신규 사업 진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