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어, 모여 봐. 두 명씩 조를 짜서 들어가자고.”
몇 시간째 허탕을 치다 못해 ‘작전회의’를 소집했다. 눈앞에서 잡힐 듯하다가도 어느새 재빨리 도망쳐 버리니 약이 오를 지경이다.
두 명이 한 조가 돼 다시 독도 바다 20∼30m 아래로 잠수했다. 옆구리에 짙은 색의 띠가 5줄 새겨진 다섯줄얼게비늘이 드디어 나타났다.
우리 조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한 명은 이쪽 편에서, 다른 한 명은 반대편에서 다섯줄얼게비늘을 커다란 바위로 막혀 있는 막다른 곳으로 서서히 몰아넣기 시작했다. 코너에 몰린 다섯줄얼게비늘이 당황하는 틈을 타 뜰채로 확 낚아챘다. 잡았다!
다섯줄얼게비늘은 원래 제주도 남쪽의 따뜻한 바다에 사는 아열대 어종. 우리 연구팀은 희한하게도 이 어종이 독도 연안에도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강원 고성에서 포항, 통영, 여수, 제주도를 거쳐 충남 외연도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아열대와 열대 어종이 출현하고 있다. 2003년 속초 연안에서 줄도화돔, 2002년 충남 연안에서 황줄깜정이, 2001년 속초 해역에 독가시치가 나타났다.
열대어인 흰동가리도 제주도 남부해역에서 10여 년 전부터 종종 발견되다 최근에는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시키는 것까지 확인됐다. ‘방문자’였던 어종이 ‘거주자’로 바뀌고 있는 셈.
새로운 ‘거주자’를 찾아내 학계에 보고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바다 속을 누비며 새로운 어종을 찾아다녀야 하니 스쿠버다이빙은 필수. 연구원들 모두 실력이 전문가 못지않다.
이런 어종은 대부분 일반 어구로 잡기에는 너무 작다. 그래서 고안한 게 ‘미니낚싯대’. 50cm 나무막대에 가는 실을 감아 미끼를 매달고 유인하면 몸길이가 10cm밖에 안 되는 살자리돔도 걸려든다.
몸길이가 4∼5cm로 더 작은 등푸른청소놀래기는 미니낚싯대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이들에겐 ‘수중잠자리채’가 제격. 긴 나무막대 끝에 구멍이 촘촘한 그물을 달아 ‘곤충 채집하듯’ 수중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바다목장 연구사업과 해양생물 조사를 위해 한 달에 적어도 2∼3일씩은 항상 바다 속을 탐사했다. 수중세계를 드나들면서 우리가 지구상에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정하게 된다.
해양 연구의 많은 부분은 역시 바다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 연구팀의 믿음이다. 우주를 알려면 우주공간으로 직접 나가봐야 하듯이 말이다.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원 자원연구본부
바다목장사업단 책임연구원 jgmyoung@kor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