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기자
'커다란 선글라스, 헐렁한 재킷, 발목까지 딱 달라붙는 청바지…'
1980년대 아이돌 스타 전영록의 패션은 촌스럽지 않다. 돌고 도는 유행 때문이다. 전영록의 패션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과 큰 차이가 없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큰 선글라스는 작년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상의를 헐렁하게 입는 것도 요즘 젊은 층의 패션코드다.
특히 몸에 달라붙는 '쫄쫄이 청바지'는 가장 최근에 나타난 복고 패션이다. 1988~1991년 빅 히트를 친 후 15여 년 만에 돌아왔다.
미국 팝스타 마이클잭슨이 즐겨 입어 '잭슨바지'로도 불리는 이 바지는 지난해 영국의 세계적인 패션모델 케이트 모스가 입으면서 '환생'했다.
롯데백화점 정지은 바이어는 "청바지 전문 매장이든, 여성 정장 매장이든 달라붙는 청바지를 안파는 곳이 없다"며 "내놓자마자 날개달린 듯 팔린다"고 말했다.
물론 청바지 이름은 '스키니 진(skinny jean)'으로 바뀌었고 스타일도 조금 변했다.
예전 청바지가 흰 색 운동화와 매치가 됐다면 요즘엔 하이힐, 플랫슈즈(납작한 구두) 등 구두와 짝을 이룬다. 체형 변화로 길이가 길어진 것도 특징.
하지만 입으면 몸의 군살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공포의 청바지'인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1990년대 들어서는 통이 넓은 '빗자루 청바지'가 쫄쫄이를 제치고 청바지의 대명사가 됐다. '거리를 쓸고 다닌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통이 넓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에는 나팔바지가 빗자루 청바지의 인기를 이어 받는다. 허리부터 무릎선 까지 꽉 끼다가 종아리에서 발목까지 종 모양처럼 넓게 퍼지는 '벨보텀(bell bottom) 진'이 인기를 얻었다.
미국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000년대 청바지 패션을 이끌었다. 청바지 허리선이 점점 내려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 라이즈(low rise) 진', 일자바지에서 밑단만 조금 넓은 '부츠 컷(boots cut)'은 모두 그녀가 입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1990년대부터 쫄쫄이 진에 대한 반란으로 바지 통이 넓어졌다가 이후 다시 쪼그라들면서 올해 스키니 진이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정 바이어는 "요즘 유행은 하도 빨라서 2~3년 후에는 다시 통바지가 유행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