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미국 원정 시위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관련 부처 장관들과 공동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 원정 시위는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비자면제 협정 추진 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나서 원정 시위 자제를 호소해야 하는 나라의 처지가 안타깝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코드 정권’의 책임이다. FTA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했지만 정권 내부에서조차 딴소리가 나왔다.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사람이 “한미 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핏대를 올리자 상당수 여당 국회의원이 맞장구를 쳤다. 반미(反美) 코드의 일부 정권 세력이 반(反)FTA를 부추겨 온 것이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중심으로 다음 달 초 100여 명의 시위대를 미국에 보내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곧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따져 보자. 한국은 대외 교역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다. 대외 의존도가 70%가 넘는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제논리를 외면하고 FTA 저지를 외치는 것은 반미운동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중심 세력이 원정 시위도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노총 등은 협상 당사국의 법령과 국민 정서를 거스르고, 결과적으로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 뻔한 원정 시위 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미 경찰 당국은 불법시위에 대해 대(對)테러법을 적용해 강력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량 구속사태가 우려된다. 미국 원정 시위는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지 나라 망신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가 장래가 걸린 문제다. 정부는 반FTA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