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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약 먹이기

입력 | 2006-05-22 02:59:00


요즘 높은 일교차로 감기에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화창한 날씨에 외출을 자주 하다보니 지원이도 예외가 아니다. 눈물, 콧물 범벅이다. 부랴부랴 감기약을 처방받고 집에 왔는데 문제는 약 먹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입을 꾹 다물기에 양 볼을 눌러 입을 벌린 뒤 약을 먹이자 “부부” 불면서 다시 입 밖으로 내놓는다. 아내는 약을 잘 먹이려고 주사기, 투약병, 숟가락, 스포이드 등을 동원해 보지만 모두 실패다.

승민이는 아이스크림이나 잼, 꿀, 초콜릿 등에 가루약을 섞어 주면 잘 먹는다. 단, 주스나 과즙의 산성 성분은 약효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돌도 안 된 아기에게 이런 음식을 먹이기가 고민이 됐다. 결국 아내는 담당 의사를 찾아 약을 시럽제로 바꾸는 방법으로 우회했다. 물약을 주니 지원이는 스스로 약병을 잡고 먹는다.

약을 강제로 먹이는 것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다. 특히 코를 잡고 먹이거나 아기를 바닥에 눕히거나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먹이면 약이 기관지로 넘어가 기관지염, 폐렴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약병째로 물총 쏘듯 물약을 먹이는 방법도 사레에 잘 들리게 하고 정확한 양을 먹일 수 없다.

또 아기의 침이 약에 섞여 약이 쉽게 상한다. 그럼 분유에 타서 먹이면 어떨까? 이렇게 하다가 아기가 분유마저 거부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또 약이 우유와 반응하여 착화합물이 생겨나 약효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아기가 약을 먹고 토했을 땐 어떻게 할까? 약을 먹은 후 10분 이내에 토했다면 다시 약을 먹이고, 30분이 지난 후라면 약이 흡수됐다고 보고 다시 먹일 필요는 없다. 구토 직후엔 일시적으로 뇌의 구토중추가 억제돼 덜 토하기 때문에 이때 약을 다시 먹이면 오히려 잘 토하지 않는다. 만약 두 번째 먹인 약도 토했을 땐 더 먹이지 않고 다음 차례에 약을 먹인다.

약을 먹으면 자꾸 토하는 아이는 식사 전 빈속에 조금씩 약을 먹이거나 약을 먹기 1, 2분 전에 설탕물을 조금 먹이고 약을 먹이면 덜 토하기도 한다.

병원마다 처방한 약의 맛이 다른데 쓴 약이 약효가 더 좋을까? 의사마다 선호하는 약이 다를 뿐이지 쓴 약이 더 잘 듣는 것은 아니다. 가루약의 쓴맛은 알약을 갈면서 생긴다. 아기가 잘 안 먹으면 같은 효능의 시럽제나 산제(가루약)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먹이고 남은 약은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을까? 한번 처방받은 약은 일회용이라 생각하고 2주가량 지나면 버리는 게 상책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