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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한중일 싱크탱크 도쿄 대토론

입력 | 2006-05-22 02:59:00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치 경제 안전보장 관계가 날로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요즘.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한국 중국 일본 3국 간 국제 심포지엄이 20일 동아일보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사 공동 후원으로 도쿄 아사히신문사에서 열렸다. 심포지엄 주제는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 동아시아와 미국-유일 초강대국, 어떻게 대할 것인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PEACE21),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AAN),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는 한중일미 4국에서 전문가 2명씩이 맡았으며 각국의 학자와 언론인, 전직 관료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제각기 그리는 ‘동아시아와 미국’의 비전에 대해 논의했다.》

민족주의 극복해야 신뢰 구축…정치권서 감정 부추겨선 안돼

한중일 3국 전문가들은 각국이 미국에 대한 나름의 전략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요소로는 민족주의를 꼽았다.

추이리루 CICIR 원장은 “동아시아에서 국가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며 “가령 중국의 부상에 미일 동맹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주의 대두도 역사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지만 각국 지도자가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통합만은 활발하다는 주장에 대해 “경제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감정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경제통합을 논하려면 국가 간 신뢰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독도와 역사왜곡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등을 비판함과 동시에 한국의 경우도 정치권에서 민족주의적 비즈니스를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우려했다.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일관계에 대해 “일본은 중국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교과서문제를 대내용으로 활용한다고 반박하지만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연한 문제”라며 “일본은 중국이 왜 감정적이 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지켜온 일본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대미전략에 대해 “신뢰 획득에 실패하고 있는 인상”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현 정부가 △중국에 기울어 미국을 멀리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일방적 양보를 계속하고 △반일감정을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인기를 올리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는 것.

사회를 맡은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미국을 주제로 한 오늘 논의는 결국 다시 우리들의 문제로 돌아왔다”며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를 논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제1분과 외교안보…美에 대해 中은 도전, 日은 편승, 한국은 헤징(양다리 걸치기)

美, 비협조땐 동맹취급 안해… 전략적 대응을

▽추이리루 CICIR 원장=미국에 중국은 협력 파트너이자 경쟁상대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중국에 대해 교류를 강조하는 동시에 견제 정책도 취해 왔다. 요즘 용어로 한다면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말한 ‘스테이크 홀더(이해관계자)’이자 ‘헤징(회피)’ 상대로 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미국은 공세적이고 중국은 방어적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양국관계의 복잡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의 국내변수, 즉 고도성장이 끝났을 때 정치경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권만학 경희대 교수=미국에 대해 중국은 협력 속의 도전, 일본은 편승, 한국은 중간 헤징으로 대처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와 안보는 각국이 얼마나 현상을 유지하려는가가 관건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패권경쟁에 돌입하고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과 노 정부의 대응을 볼 때 한중일미 4국 모두 현상을 바꾸려는 경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총리를 비롯한 지도층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문제는 전범재판을 주도한 미국에 대한 전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고이즈미-부시 정권하의 양국관계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불일치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일본은 자국 방위와 지역 안정을 위해 안전보장협력을 한다고 해석하는 반면, 미국은 지역 및 세계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 부여가 강하다. 미군재편의 결과, 일본이 미국의 대중관계의 최전선에 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9·11테러 이후 미국의 동맹국 개념은 바뀌었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도와주는 나라’였지만 9·11 이후에는 ‘서로 돕는 나라’가 됐다. 미국을 돕지 않는 나라는 동맹국도 아니다. 차기 정권을 민주당이 차지한다고 해도 기본 입장은 변함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부시 정권이 북한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 정책이 동시에 있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제2분과 경제…무역-환율분야 4개국 간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가

FTA-외환공동관리 등 ‘통합’ 지향해야

▽한승수 전 장관=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부상으로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동아시아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경제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미국 경제가 동아시아 경제에서 유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방향으로 틀을 짜 나가야 한다. 미국은 다자간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실패하면 쌍무적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한미 FTA 체결은 한미관계 개선과 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류쥔훙 CICIR 부연구원=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2월 말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됐다. 동아시아 전체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해서 달러체제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다. 중국의 위안(元)화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통화에 비하면 아직 힘이 약하다. 환율 조정이 무역 등 대외경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아시아 경제통합은 시장 주도로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까지 진전됐다. 국경을 넘어서 생산 공정의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치와 제도가 이를 뒤따라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방대한 외환보유액을 공동 관리할 수 있다면 통화통합이 진일보할 것이다. 우선 아시아 역내채권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가 폭락하면 세계경제는 대공황에 빠져들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할 때다.

▽켄트 콜더 라이샤워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동아시아 생산 공정 분업이 진전되고 있으며 통화통합도 논의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있다. 한미 FTA는 아시아 경제의 자유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일 무역협정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세계 정치 발전에도 중요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참석자 명단▼

▽주제발표

―제1분과

추이리루(崔立如) CICIR 원장

권만학(權萬學) 경희대 교수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

도쿄대 교수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

―제2분과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통상부 장관

류쥔훙(劉軍紅) CICIR 부연구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신原英資)

와세다대 교수

켄트 콜더 존스홉킨스대

라이샤워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자유토론

―한국

남중구(南仲九)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배인준(裵仁俊) 동아일보 논설실장

남궁곤(南宮坤) 이화여대 교수

박철희(朴喆熙) 서울대 교수

한석희(韓碩熙) 연세대 교수

―일본

아카시 야스시(明石康)

전 유엔사무차장

야마자와 잇페이(山澤逸平)

국제대 학장

구니히로 미치히코(國廣道彦)

전 주중국 대사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국제교류기금 이사장

아마코 사토시(天兒慧) 와세다대 교수

다카하라 다카오(高原孝生)

메이지가쿠인대 교수

린화성(林華生) 와세다대 교수

왕민(王敏) 호세이대 교수

호리이 노부히로(堀井伸浩)

아시아경제연구소 연구원

소노다 히게토(園田茂人)

와세다대 교수

―중국

후지핑(胡繼平) CICIR

일본연구소 부소장

두옌쥔(杜艶鈞) CICIR

국제교류부 주임

쑨젠훙(孫建紅) CICIR 국제교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