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교사들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전국 초중고교의 70%가 스승의 날인 15일 휴교를 했다. 일년에 하루뿐인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날, 그들의 심정은 못내 착잡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18일에는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TV 방송을 탔다.
▷교사라는 직업이 해가 다르게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교권(敎權)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학부모의 지나친 자식 사랑도 한 원인일 것이다. 최근 자녀가 한 명뿐인 가정이 부쩍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은 자식을 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교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교원평가제 반대와 같은 집단이기주의가 드러나면서 교사들이 갖고 있던 ‘스승’의 이미지가 많이 퇴색한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교사들에게 존경심을 가져왔다.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따로 있을 만큼 사회적 대우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운동’과 ‘이념’을 내세우는 일부 단체의 구호에 휩쓸려 ‘스승’에서 ‘노동자’로 스스로를 격하시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교권 없는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실에 형성되지 않으면 교육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교권은 교사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일차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학부모 쪽에 있는 것 같다. 교사에게 다시 믿음을 갖고 힘을 실어 주어 교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은 교사 몫이다. 미국의 시인 헨리 반다이크는 ‘무명(無名)교사에게’라는 시에서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들’이라면서 ‘게으른 학생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하고자 하는 학생을 고무하며, 방황하는 학생에게 안정을 주는 게 교사들’이라고 했다. 이 시대 한국의 교육 현장에는 이 같은 사명감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