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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논평/이재호]똑똑한 강금실의 ‘치명적인 실수’

입력 | 2006-05-22 15:38:00


강금실 후보, 실망스럽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 시장 후보가 22일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MBC 라디오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동영 의장이) 잘못했다는 말은 했지만 미진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쇄신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 후보는 그동안 열린우리당을 간간히 비판해 왔지만 이번처럼 정 의장을 겨냥해 직설적으로 공격한 것은 처음입니다. 출마 선언을 하기 전만 해도 늘 웃음 띤 얼굴이었던 그가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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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위한 충정 때문이겠지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선거전에서의 열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20%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기보다 당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이해할 만 합니다. 출마하기 싫다는 사람 데려다 놓고, 지지율 1위를 당이 다 까먹었다고 생각할 만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강 후보가 그런 심정을 갖기 전에 자신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합니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도 때로는 실수 할 때가 있습니다. 똑똑하기 때문에 그 실수는 더 치명적입니다. 강 후보는 출마 선언을 더 늦췄어야 합니다. 강 후보가 뜨는데 한나라당인들 가만히 있겠습니까. 현실 정치에 관한 한 그들은 ‘프로들’입니다. 강금실이 뜨면 그에 맞설 후보를 내게 돼 있습니다.

그런 점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내 인생은 항상 잘 풀려왔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판단을 흐리게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강 후보가 정 의장을 공격하는 것은 더 잘 못 된 일입니다. 실수를 만회하려다 또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격입니다. 정 의장 역시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 의장을 지지하고 안하고,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들은 쇼라고 할지 모르나 그는 통렬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도 용인의 한 수녀원에서 1박2일로 피정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단 한 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내 책임으로 치르고 결과에 책임 진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를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강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를 즐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승패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국민은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 정치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실패했을 때,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지를 말없이 보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습니다.

강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여야를 떠나 많은 사람들은 “우리도 힐러리를 갖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유력한 차세대 대권 주자로 본 것이지요. 그 사람들의 기대를 부디 저버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강 후보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멉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