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롯데 팬들이 만든 최고 유행어는 ‘가을에도 야구하자’였다. 올해 롯데가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이자 얼마 전부터 외야에 새로운 현수막이 걸렸다. 거기엔 ‘근성마저 없다면 거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쓰여 있다.
22일 현재 롯데는 9승 24패로 8개 구단 중 최하위다. 팬들이 실망하는 것은 단지 성적뿐만이 아니다. 예전 롯데가 보여줬던 ‘근성의 야구’가 실종된 것이 더 큰 문제다.
17∼19일 LG와의 3연전이 열린 잠실구장. 롯데 선수단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마치 시즌 막바지 같았다. 그리고 무기력한 경기 끝에 3경기 모두 졌다. 원정 17연패.
그런데 팬들은 달랐다. 승패에 상관없이 안타 하나가 나올 때마다 “롯데”를 외쳤다. 경기 후에도 구장 인근의 포장마차촌은 롯데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누군가가 ‘지금은 그 어디서로∼’로 시작하는 ‘부산 갈매기’를 선창하자 모두가 하나 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성적은 꼴찌지만 롯데는 홈경기 평균 관중 1만3345명으로 단연 1위다. 작년 대비 28%나 관중이 늘었다.
요즘 롯데를 보면 안타를 못 치면 몸에 맞고라도 나가던 공필성 주루 코치의 현역 시절이 너무 그립다.
연봉 협상에선 “알아서 주이소”라며 계약서를 던졌고, 주루사를 당하기라도 하면 손이 부서져라 땅을 치며 안타까워했으며, 자신은 훈련을 못할지라도 주전 경쟁을 하던 후배를 위해선 티 볼을 올려주던 공필성.
“팬이 있어야 롯데가 있다는 걸 모르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지예. 이렇게 야구 좋아하는 팬들에게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을지를 빨리 깨달아야 되는데….”
‘불타는 화약고’ 공필성과 ‘악바리’ 박정태가 활약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그 사이 롯데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선수들이 아닐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