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간부가 방송사 기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기업을 협박한 뒤 금품을 뜯어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충근·朴忠根)는 '교통시민연합' 소장과 '시민연대21' 사무총장을 지낸 박모(50) 씨를 공갈 혐의 등으로 23일 구속 기소했다.
박 씨는 교통시민연합 소장이던 2001년 10월 W사 관계자들에게 "서울지하철공사와 맺은 수십 억 원대 납품 계약에 비리가 있다고 방송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300만 원대의 술값과 5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서울지하철공사와 W사 간의 납품 계약은 적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씨는 시민연대21 사무총장을 맡던 2004년 8월 P식품업체 간부에게 "유기농산물 쓴다는 광고와 달리 농약이 들어간 중국산 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MBC 기자와 취재했다"고 말한 뒤 강남 고급 주점으로 불러내 술값 220만 원을 대신 내게 했다.
이 자리에는 KBS와 MBC 기자 2명이 참석했다. 박 씨는 P사 관계자들에게 이들 기자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씨는 또 같은 해 9월 대형 유기농 식품업체에서 제조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 조사 분석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P사에 두 차례에 걸쳐 6억5000만 원을 협찬해 달라고 요구했다.
P사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도록 요구하자 박 씨는 이를 거절했다. 같은 해 10월 25일 KBS는 박 씨가 거론했던 P사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박 씨는 2004년 12월 협박 사실을 입수한 경찰이 지명수배하자 1년5개월 동안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의 명함을 들고 다니며 기부금 명목 등으로 5차례에 걸쳐 3500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P사에 재직했던 임원은 "일부 업체는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중에 밝혀져도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박 씨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