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의 원동력이 된 붉은색 응원 물결이 4년 만에 다시 거리를 뒤덮었다. 이미 2006 독일 월드컵은 국민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2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세네갈의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맞아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이 재현됐다.
붉은 색 티셔츠를 차려입고 얼굴에 각종 페이스페인팅으로 치장한 길거리 응원단은 경기시작 3~4시간 전부터 거리 응원의 메카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붉게 물들였다.
SK텔레콤과 본보 등이 참여한 SKT컨소시엄이 진행한 이날 거리응원에는 오후 5시부터 열린 윤도현 밴드와 싸이, 클론, SG워너비 등 가수의 축하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새롭게 만든 가로 40m, 세로 30m 크기의 대형 태극기와 새로운 응원가를 첫 공개하는 등 월드컵 응원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붉은 악마 관계자는 "이번 세네갈전은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며 "붉은 악마 역시 4년 전 열풍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수업을 마치자마자 나왔다는 대학생 최세원(22) 씨는 "거리응원에 나설 생각을 하니 며칠 전부터 기분이 들떠 공부가 되지 않았을 정도"라며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관광차 한국에 들른 영국인 알란 가스비(28) 씨도 "한일월드컵에서 봤던 대로 한국의 응원은 정말 대단하다"며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물론 대형 TV가 설치된 거리 곳곳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축구를 시청하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일부 응원객들은 아예 도시락을 사서 길거리에 앉아 축구를 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골이 터지지 않고 축구 대표팀이 세네갈의 날카로운 역습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쉬움의 탄성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한편 이날 거리 응원에서는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실버 응원단'의 공연 등 각종 이색 응원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구지역 4개 노인복지회관 소속 60세 이사 회원 200명으로 구성된 '어르신 응원단'은 이날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종각 앞 광장에서 월드컵 4강을 기원하는 '대한민국 실버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월드컵 응원을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캉캉춤'은 물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꼭짓점댄스를 선보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날 전국 대학에서 선발된 14개 응원 전파단이 지하철 5~8호선으로 이동하면서 응원 퍼포먼스, 응원가 배우기를 펼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는 폭죽응원전이 열렸다. 경기가 시작될 때와 한국팀이 득점할 때, 경기 종료 직후 5만 발의 폭죽이 하늘을 수놓는 불꽃쇼는 응원단의 탄성을 자아냈다.
경찰도 2만여 명의 응원 인파가 모인 서울광장 주변에 3개 중대를 배치해 질서유지에 나서는 등 월드컵 기간에 있을 대규모 거리응원을 대비한 '시험가동'에 나섰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