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텔레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싸움을 먼저 건 쪽은 이동통신업계 3위 회사인 LG텔레콤입니다.
‘가출한 집 전화’ ‘길거리에 놓인 유선전화’ ‘집 전화 수난시대’라는 자극적인 광고로 KT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발단은 LG텔레콤이 이달 내놓은 ‘기분존’이라는 새 서비스입니다.
이 상품은 유선전화를 쓰는 KT의 ‘안방전화’ 고객을 빼앗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컨대 ‘기분존’ 전용 휴대전화를 사서 집에 ‘알리미’라는 별도 장치를 부착하면 아파트에서 시내전화 요금으로 휴대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기분존’ 서비스로 집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대방 유선전화에 걸면 3분에 39원입니다. 1시간 통화해도 780원.
하지만 ‘기분존’ 휴대전화로 유선전화가 아닌 휴대전화에 걸면 10초에 14.5원을 받습니다. 유선전화에 걸 때만 시내전화 요금을 적용받는 것이죠. 이 경우엔 시외전화를 해도 시내전화 요금만 받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선보인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벌써 1만 명을 넘었다고 하네요.
참다 못한 KT는 22일 LG텔레콤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KT 쪽 논리가 좀 군색한 편입니다.
“LG텔레콤이 유선전화 해지를 유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KT는 그 예로 ‘기분존’ 휴대전화가 전화를 걸 때는 시내전화 요금을 적용받지만 다른 사람이 ‘기분존’으로 전화를 할 때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KT 쪽 얘기도 맞습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언제 우리가 집 전화 쓰지 말라고 그랬느냐”면서 “‘기분존’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전략상품”이라고 한 발 빼고 있습니다.
KT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후발 업체는 선발 업체와 붙어야 존재가치도 알리고 시장을 자극할 수 있지요.
이동통신 업계에선 “KT가 LG텔레콤한테 말려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네요.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