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수좌의 멱살을 잡아끌어 봉암사 계곡의 시린 물 속에 가차 없이 집어넣곤 했다. ‘분심을 내서 공부하라’는 경책을 그렇게 했고, 대중은 그 호된 경책을 달게 받았다. 참으로 대단한 기상과 열정 속에 보낸 나날이었다.”
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1940년대 후반 경북 문경 봉암사 결사(結社) 시절 이 결사를 주도한 성철 스님과의 인연을 이렇게 회고했다. 봉암사 결사는 한국불교를 새롭게 만들어가던 선(禪)불교 중흥운동이었다.
성철(1912∼1993·사진) 큰스님이 돌아가신 지 13년이 지났지만 정신적 스승으로서 그에 대한 향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성철 스님을 만나 인생이 바뀐 스님, 신자 등 11명이 그와의 소중하고 특별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아름다운 인연)가 23일 출간됐다.
봉암사 결사 당시 성철 스님은 도반(道伴)인 향곡 스님과 온갖 쌍욕을 다하며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통쾌하게 웃음으로써 서로를 경책하고 탁마해주는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법전 스님은 전한다. 또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은 “큰스님을 뵙기 위해 3000배를 하는 도중 온몸에 고통이 퍼져나갔지만 하고 나니 신선한 전율이 온 몸을 감쌌다”고 회고했고, 직지성보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그의 눈은 사람을 푸근히 감싸주는 자비로운 눈빛이 아니었다. 차라리 사람을 격발시키는, 떨쳐 일어서게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고 털어놨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