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고장 충청도에 사쿠라(벚꽃) 같은 배신의 꽃이 만발했다. 언젠간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2005년 4월 20일 한나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자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이 내뱉은 독설이다. 응징을 벼르던 한나라당이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의 목을 옥죄고 있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이후 열세 및 백중세를 보이던 대전과 제주지역에서 한나라당의 대반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두 곳이 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2일 병상에서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대뜸 “대전은요?”라며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당은 24일 선거운동 ‘베이스캠프’를 대전시당으로 옮겨 회의를 가졌다.
한나라당이 대전에 올인(다걸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2007년 대선을 위한 교두보 확보 등 다양한 분석과 함께 염 시장의 탈당에 대한 배신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염 시장 키워 준 한나라인데… 이럴 수가”△
염 시장이 우리당에 입당하자 당시 한나라당 당직자들 입에서는 ‘사쿠라’ ‘배신’ ‘철새’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정책위의장이었던 맹형규 전 의원은 “충절의 고장 충청도가 철새도래지로 변모했다”고 비난했다.
당직자들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당선된 뒤 신행정수도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탈당해 배신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염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자민련 홍선기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한 때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 서열 1~4위인 충청권 출신의 이회창(예산) 총재, 서청원 대표(천안), 강창희 최고위원(대전),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보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막판에 상황을 극적으로 역전시켰다.
선거 결과 염 시장이(46.6%) 홍 후보를(40.2%)를 6.4%포인트 차로 눌렀다.
당시 수차례 지원유세에 나섰던 이 전 총재는 선거 후 대전을 방문해 염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역에서 당선자를 낸 것이 보람이자 자랑이다”라고까지 했다.
△열린우리당에 등 돌린 충청민심△
그런 이 전 총재가 이번에는 염 시장을 떨어뜨리겠다고 나섰다.
그는 지난 18~19일 충남 예산과 대전, 천안을 잇달아 방문해 한나라당 대전시장, 충남지사 후보를 만나 격려했다.
이 전 총재는 충청권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지방선거 후보를 지원할 것인가’라고 묻자 “생각해서 행동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 지방일간지 소속 한 기자는 “아직 염 시장의 지지율이 상대후보에 비해 상당히 높지만, 자신을 당선 시켜준 것이나 다름없는 이 전 총재가 움직인다면 판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전 총공세’는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박 대표 피습이라는 매가톤급 변수가 대전을 흔들면서 염 시장이 불안해졌다.
염 시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할 당시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우리 지역민의 이익과 염원을 공유할 수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해 4·30 재보선의 결과는 염 시장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염 시장이 우리당에 입당하고 10일 후에 치러진 충남 공주·연기와 아산 지역 보궐선거에서 우리당이 완패했기 때문. 이를 두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염 시장이 잔꾀를 부리다. 자기 꾀에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충남·북 모두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장 선거는 염 시장이 홀로 한나라당에 맞서 우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염 시장이 한나라당의 공세를 버텨낼지, 아니면 한나라당이 대전을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