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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5조 순매도… 외국인 ‘셀 코리아’?

입력 | 2006-05-25 03:03:00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 동안 무려 5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97.56포인트(6.82%) 하락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금액은 약 3조5000억 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외국인의 매도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터키 등 최근 1년간 각광받았던 신흥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 유동자금이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신호탄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아직 완전히 발을 빼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차익을 실현해 더욱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 추가 금리인상 불안에 사상최대 팔아

외국인 매도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경기불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세계 투자자들은 FRB의 추가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불황을 우려해 투자 자금을 미국 채권 등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며 “한국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높아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사실상 제로(0) 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돈으로 그동안 신흥시장과 원자재 등에 투자해 왔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신흥시장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 자금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중궈(中國)은행 공모에 약 38조 원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6년간 세계에서 이뤄진 기업공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김 부사장은 “2004년 4∼8월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했을 때도 중국에서 대규모 기업공개가 있었다”며 “외국인이 청약자금을 마련할 때는 대체로 유동성이 큰 시장에서 내다 판다”고 설명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안 때문에 차익 실현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금의 일부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새마을금고연합회 서정두 해외투자팀장은 “오늘 방문한 한 헤지펀드 관계자가 앞으로 6개월간 아시아 시장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외국인 매도 언제 끝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가 ‘셀 코리아’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4월 부동산 지표를 보면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며 “25일 발표될 4월 신규주택매매지수도 같은 추세로 나온다면 인플레 우려가 완화되면서 외국인의 매도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데스투자자문 김 부사장은 “진짜 세계 유동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면 그 본질은 세계 경기의 장기 침체 예상”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대로 높고 미국 부동산경기도 연착륙할 것으로 보이므로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오 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이 확인되는 시점까지 외국인의 매도 공세와 주가 하락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24일 외국인은 3765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투자가가 적극 사들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2포인트 오른 1,333.38로 마감됐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