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주몽’은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스토리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23일 방송된 4회에서 주몽(송일국)이 부여의 신물인 다물활에 시위를 걸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 MBC
다물 활. 부여의 시조가 나라를 열기 위해 한 번도 놓지 않았다는 부여의 신물(神物)이다.
“다물 활을 직접 보고 그 정기를 받아와야 한다.”
MBC 월화드라마 ‘주몽’(밤 9시 55분)에서 주몽과 이복형제인 대소, 영포가 받은 임무다. 이 신비한 물건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주몽’의 초반 전개에 주요 모티브가 되고 있다.
‘주몽’은 23일 4회 시청률이 25.3%(TNS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월화는 물론 전체 드라마 시청률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몽의 인기 비결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고대사라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화적 상상력으로 스토리를 폭넓게 펼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화적 상상력=나약하고 사고만 치는 주몽은 이복형인 대소, 영포와 함께 다물 활을 찾아 나선다. 가던 길에 사실상 두 형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이지만 졸본국 상단(商團)의 행수인 소서노(한혜진)에게 구출된다. 두 형은 다물 활을 찾아 활에 시위를 걸어 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돌아온다. 주몽도 간신히 다물 활을 찾아 활에 시위를 걸고 당겨 보는데 어이없게 활이 부러지고 만다.
이 장면에 대해 시청자 게시판에는 ‘주몽만 다물 활에 시위를 건다는 건 그가 왕이 된다는 뜻이며 부여 자체는 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해석이 올라와 있다.
부여의 신녀(神女) 여미을의 존재도 신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1회에서 여미을은 태양 안에 다리가 셋인 새(삼족오)가 든 꿈을 꾸었다고 왕에게 고한다. 왕이 깜짝 놀라 다리 두 개는 왕과 태자를 의미하는데 다른 하나는 무엇이냐고 묻지만 여미을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완규 작가는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상 60부작인 ‘주몽’에서 매번 화려한 볼거리를 주기 힘들기 때문에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필요하다”며 “신화적 판타지를 적절히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최근 6개월간 인기 드라마가 주로 30∼50대 여성을 목표로 한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뤄 식상했다는 점이 주몽 인기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기존 드라마들이 스토리의 힘이 부족해 비정상적인 관계 설정에 주력하면서 다른 층의 시청자를 흡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주몽에는 다양한 갈등 구조와 멜로가 적절히 섞여 있다. 부여 왕자인 금와(전광렬)와 해모수(허준호)가 유화(오연수)를 놓고 벌이는 삼각관계를 비롯해 왕권을 놓고 다투는 주몽과 대소의 갈등, 한사군을 철폐하기 위한 독립운동 등 다양한 갈등 구조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현재까지 성별 연령별 시청률을 보면 여성 30∼50대가 12∼15.2%, 남성 30∼50대가 10.2∼11.4%를 기록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주몽과 소서노의 사랑 얘기는 사극의 비애호층인 젊은 여성들까지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MBC 드라마국 정운현 책임프로듀서는 “‘주몽’이 사극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과 판타지, 화려한 액션에 열광하는 젊은 남성, 멜로에 빠지는 30∼50대 여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초반에 보여 준 드라마의 밀도를 60부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