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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기억한다…공지영 소설-산문집 모두 베스트셀러에

입력 | 2006-05-25 03:03:00

박영대 기자


‘공지영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소설가 공지영(43·사진) 씨의 책이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다. 2주 전 펴낸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벌써 인터넷서점 yes24 종합 4위를 비롯해 각종 집계 기관의 발표 리스트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4월 펴낸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12월 나온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오랫동안 종합 순위 상위권을 점령했으며 아직도 소설 부문 10위권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들의…’은 30만 부, ‘사랑 후에…’은 27만 부가 팔렸다. 가히 ‘공지영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 울리면서 고민을 던진다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는 이번 주 특집으로 ‘공지영을 말한다’를 마련했다. 문예지 ‘작가세계’ 여름호도 ‘공지영 특집’을 실었다. “국내 소설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남다른 데가 있는 공 씨 소설의 위력을 분석한다”는 게 기획 의도다. 과연 공 씨만의 ‘흥행 코드’는 무엇일까.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yes24의 독자 서평에는 공 씨 소설을 ‘하룻밤에 다 읽었다’ ‘단 한번의 막힘도 없이 읽었다’는 내용의 리뷰가 적지 않다. 빨리 읽힌다는 얘기다. 비평가들도 공 씨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이야기 전개를 빠르게 이끌면서 소설의 주제를 흡입력 있게 전달한다고 평한다.

무엇보다 도드라진 흥행 코드는 ‘눈물샘’이라는 분석이 많다. ‘몇 번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참아내야만 했다’ ‘정말 오랜만에 오열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울고 말았다’는 등의 독자 리뷰가 뒷받침한다.

평론가 오윤호 씨는 공 씨 소설이 “슬픔을 통해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는, TV 드라마와 동일한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슬픔만큼 통속적인 장치도 없지만 공지영 씨 소설의 슬픔은 우연을 가장한 연애담으로 눈물과 감정을 배설하는 게 아니라 이성의 각성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는 속죄와 용서의 슬픔”이라는 데서 TV 드라마와 구별된다. 대중의 눈물샘을 폭넓게 자극하면서, 한편으로 대중이 공감할 만한 사회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은 사형제 존폐 논란, ‘사랑 후에…’은 나라 간 문화와 언어적 차이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공 씨의 소설은 무게감을 획득한다. 평론가 강유정 씨는 공 씨의 소설이 “고독한 개인의 글쓰기를 벗어나 공동체의 문제에 간섭하고 독자와 접촉한다”면서 “내면과 자아, 욕망과 욕구의 늪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개인주의자 앞에 공지영이 제시하는 인류의 용서와 사랑이라는 주제는 묵과하기 힘든 무게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상처 많은, 그래서 인간적인”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다사다난한 작가의 개인적 이력이 독자들에겐 인간미로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공 씨는 한때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던 운동권 출신이며 세 번의 결혼에서 각각 아이 하나씩을 얻었다(현재 싱글 맘으로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운동권 후일담 소설과 페미니즘 소설로 유명해지면서 삶의 이력도 자연스레 드러났다.

심지어 산문집에서 공 씨는 두 번째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그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올랐다”고 하기 어려운 고백을 한다. 한 소장은 “이렇게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기보다 친근감을 갖게 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한다”고 말한다.

작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인기의 비결을 묻자 공 씨는 “작가의 은밀한 운명이 시대의 운명과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