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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9·11 지시’ 첫 시인

입력 | 2006-05-25 03:45:00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사진)의 육성 메시지가 또 나왔다.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빈 라덴은 23일 알 카에다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육성 메시지를 통해 미국 연방법원에서 9·11테러 공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모로코계 프랑스인 자카리아스 무사위(37)는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9·11테러에 가담한 19명의 형제에게 내가 임무를 부여했다”면서 “하지만 무사위 형제에게는 임무를 부여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육성 메시지가 진짜로 확인되면 빈 라덴이 9·11테러를 직접 지시했다고 시인한 첫 사례가 된다.

이에 앞서 그는 2004년 10월 29일 미 대선을 나흘 앞두고 알 자지라 방송에 공개한 비디오 메시지에서는 “미국의 친이스라엘 중동정책에 대한 좌절감에서 미국의 빌딩들을 파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9·11테러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처음 밝혔다.

빈 라덴은 “9·11테러에는 조종사와 지원자 팀 등 2개 그룹이 참여했는데 무사위 형제는 비행기 조종술을 배우는 단계였기 때문에 미 정부가 주장하는 20번째 대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9·11테러 2주일 전 체포된 무사위 형제가 조금이라도 9·11 그룹에 대해 알았다면 우리는 작전 책임자인 모하메드 아타와 그 동료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미국을 떠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빈 라덴은 “무사위 형제가 테러에 공모했다고 자백한 것은 미 정보 당국이 4년 반 동안 그를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 가운데 2001년 9월 11일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빈 라덴이 국제사회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메시지를 내보냈다고 분석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