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충호(50·구속) 씨가 경기 수원시의 한 유흥주점 '바지 사장'을 지냈으며 최소한 5개 이상의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승구 서울서부지검장)은 25일 지 씨가 2월 경기 수원시 권선동 B주점에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데 이름을 려주는 대가로 5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지 씨는 2월 15일부터 3월 30일까지 명의상 이 주점의 사장을 지냈다.
이 주점의 한 관계자는 "사장의 후배가 지 씨를 데리고 왔으나 폭력 전과가 많고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3월 현금 200만원을 주고 내보냈다"면서 "지 씨를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제 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지 씨가 카드대금을 낼 때 사용한 100만 원짜리 수표 2장이 B주점에서 받은 500만 원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부는 지 씨가 기존에 알려진 농협 통장 이외에 금융기관에 4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한 것도 밝혀냈다.
5개의 계좌 가운데 실제 지 씨가 사용한 것은 2개뿐이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줘 2개의 계좌를 만들게 해줬으며, 나머지 1개 계좌는 거래 실적이 없었다.
합수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큰 돈이 오간 흔적을 찾지 못했으며 지 씨의 신용카드 대금이 이체된 계좌도 없다"며 "지 씨가 실제 사용한 계좌보다 명의를 빌려 준 계좌의 입출금 액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지 씨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 불법할인(속칭 '카드깡')을 자주해 지난 6개월 간 카드 사용액은 760여만 원이지만 지 씨가 실제 물건 등을 사며 사용한 카드대금은 380만~4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 씨는 대납업자 여러 명을 통해 카드대금을 납부했다,
합수부는 지 씨에게 차명계좌나 '대포폰'을 만들기 위해 이름을 빌린 사람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합수부 관계자는 "지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이전에 수사를 끝낼 수 있을 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