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身土不二)’, 아니 ‘신해불이(身海不二)’라고 해야 할까. 게는 종교적 이유로 이를 금기시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인이 즐겨 먹는 해산물이다. 그러나 맛과 모양, 명칭에서 우리나라 꽃게처럼 매력적인 종(種)은 드문 것 같다. 알래스카에서 잡히는 킹크랩(왕게)은 크기도 크고, 육질도 쫄깃한 편이지만 꽃게 특유의 풍미(風味)엔 미치지 못한다. 미국 호주 등에서 잡히는 블루크랩(푸른 게)도 입에 척 달라붙지 않는다. 오호츠크 해에서 나는 대게는 다리 하나가 어른 팔뚝만 한 것도 있다. 맛을 떠나 외계 생물을 연상시키는 듯한 큰 몸체가 왠지 부담스럽다.
▷꽃게가 아니었다면 1999년 6월 연평해전(海戰)과 2002년 6월 서해교전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북 양측의 해군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두 차례의 교전은 모두 꽃게잡이 철을 맞아 북측 어선을 단속하던 북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해를 침범하면서 발생했다. 남북은 그 후 꽃게잡이 철만 되면 해상에서의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꽃게잡이의 중심지인 연평도 어민들은 요즘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때문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한다. 중국 배들이 해적처럼 밤마다 NLL을 넘어와 꽃게를 싹쓸이해 가는데도 우리 정부의 단속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우리 어민의 조업은 제약하고, 중국 어선은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더욱이 올해는 최악의 흉어(凶漁)까지 겹쳤다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호엔 23일부터 중국 공무원 3명이 승선해 우리 측 관계자들과 함께 NLL 부근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공동 순시를 통해 불법 조업을 막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해양경찰과 해군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어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그들에게서 “독도는 우리 땅이지만 연평도는 중국 땅”이란 탄식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