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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릭마저 떠나?… ‘벌컨 동맹’ 불꺼지나

입력 | 2006-05-26 03:00: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이른바 ‘벌컨 동맹’의 핵심 멤버들. 앞줄 왼쪽부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뒷줄 왼쪽부터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책 ‘벌컨의 등장’ 표지 그림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사임설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국무부 2인자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던 졸릭 부장관이 뉴욕의 투자은행으로 복귀하는 문제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 때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장관급이었던 그는 2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1계급 강등’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졸릭 부장관은 국무부 3인자인 닉 번스 차관이 이란 이라크 북한 문제를 주도하는 반면 자신은 수단 평화협상이나 중국 견제정책을 맡아야 하는 상황을 불편해했다”고 썼다. 국무부는 이에 대해 “졸릭 부장관은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졸릭 부장관이 금융시장으로 복귀하면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벌컨 12인방’ 가운데 현직에 남는 인사는 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00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형성된 ‘벌컨 동맹’이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는 의미일 수 있다. 벌컨(Vulcan)이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불(火)과 대장장이의 신. 벌컨 그룹의 실무좌장격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고향인 앨라배마 주의 철강도시 버밍햄에 있는 동상에서 따온 표현이다.

외교전문기자 제임스 만 씨가 저서 ‘벌컨의 등장’에서 핵심 6인방으로 지목한 사람 가운데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국무장관은 현직을 지키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야인으로 돌아갔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세계은행 총재로 옮겼다.

위키피디아가 꼽은 ‘마이너 리그’ 6인 중에서도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보보좌관과 잘마이 칼릴자드 주이라크 미국대사만 현직을 지킬 뿐이다. 나머지는 로비스트 금융인 연구원 등으로 변신했다.

파월 전 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면 ‘벌컨’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된다. 국익을 위한 현실적 타협을 거부한 채 “옳은 것은 한 가지뿐”이라며 이상주의를 신봉하는 이념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시 2기 행정부는 벌컨 동맹이 해체 조짐을 보이면서 실무적인 현실주의자(네오리얼리스트)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