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그린의 기복, 러프에 빠졌을 때의 암담함…골프는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똑같은 샷을 두 번 다시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은 없으며, 모든 순간이 새로우며 수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다. ―본문 중에서》
‘마지막 라운드’는 2개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여든 살의 아버지와 주인공인 아들이 골프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꿈에도 그리던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코스. 이 여정을 통해 아들은 평소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더불어 평소 느껴 보지 못한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알게 된다.
그린을 함께 거닐며 아들은 지난날 그가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을 때 아버지가 해 주었던 조언들의 참다운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고, 아버지의 그 깊은 배려에 가슴을 저민다. 흔히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지만 주인공은 아버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터득한다. 샷 하나하나가 삶의 순간순간에 어떻게 비유되며 그런 삶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지, 아버지와 동행한 라운드를 통해 깨닫게 된다.
“골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점이지. 어떤 게임이든 모두 그렇겠지만, 골프는 특히 그렇단다. 모든 것에는 정반대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순간에 그 기적은 멀리 달아나지. 플레이의 진정한 기쁨은 하나하나의 샷이 던져 준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단다.”
욕실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병이 깊은 몸이지만 내색하지 않는 아버지. 우리들 삶에 있어서 아버지는 과연 어떤 존재이며 또 누구인가? 그는 아들과의 이 여행을 통해서 그가 살아 온 모습들을 보여 주고, 그가 알게 된 인생의 의미를 아들에게 전해 준다.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해 주는 것은 슬픔뿐이야. 거기서 기쁨을 찾아야지. 슬픔은, 아니 인생의 매순간은, 그리고 골프장에서 찾아오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있는 거야.”
그들은 결국 목적지인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했다. 그러나 라운드는 포기해야 했다. 추첨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들이 아는 사람을 통해서 다른 방법을 써서 라운드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그 방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잘 아시잖아요. 올드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요?”
“룰을 깨면서까지 플레이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니? 우리 때문에, 룰대로 하면서 플레이를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결국 그들은 플레이 대신 일몰이 가까워 오는 페어웨이를 함께 걸으면서 상상의 샷을 날리는 것으로 이 여정을 마감한다.
“멋진 여행이었다.”
“아버지는 너무 감상적이에요.”
“네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이번 여행이지만, 난 인생이라는 여행을 말하는 거란다.”
그들의 마지막 여행은 부자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부자간의 대화는 마치 인생의 잠언처럼 뭉클하게 다가온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아버지로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자식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김주영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