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업체인 A사는 자사가 만든 팽이와 똑같은 모양의 중국산 모조품 때문에 연간 10억 원가량 손해를 본다.
모조품 가격이 자사 제품보다 30%가량 싸기 때문. 모조품이 정품보다 더 많이 팔린 적도 있었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한국 제품을 본뜬 모조품이 많이 생산돼 지난해 한국 기업의 피해액이 171억 달러(약 16조2450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6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모조품으로 인한 수출 피해현황 및 대응방안’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특허청에 신고한 모조품은 34건으로 2000년(15건)의 2.3배 수준이다.
산업자원부 나도성 무역유통심의관은 “업체들이 신고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피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조품은 제품명을 비슷하게 하거나 디자인을 베낀 제품이 많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지난해부터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휴대전화의 이름은 ‘애미콜(Amycall)’. 삼성전자의 ‘애니콜(Anycall)’을 모방한 것이다.
중국 전자회사 이름 중에는 ‘삼성(Samsung)’을 본뜬 ‘삼멩(Sammeng)’도 있다. 영문이름만 보면 소비자들이 혼동하기 쉽다.
중국 회사가 만든 라면인 ‘辛(신)라면’은 한국 농심 제품과 이름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비슷하다.
말레이시아에선 한국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복제한 불법 DVD가 한 장에 3.4달러(약 3230원)에 거래된다. 정품 가격의 10%에 불과해 찾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무역협회 내에 피해대응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모조품 피해대책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민간업체들을 돕기로 했다. 외국 공관에는 모조품 피해대책 문제를 맡을 전담관을 지정하고, 중국 등 피해가 큰 지역에는 특허관을 파견키로 했다.
인하대 김민배(지적재산권학) 교수는 “중국의 이른바 ‘짝퉁시장’은 한국의 남대문시장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여서 단속이 쉽지 않다”며 “정부가 중국과 통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모조품 단속 등을 조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