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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조남선]국제환경규제 준비한 나라만 산다

입력 | 2006-05-29 03:00:00


독일 월드컵이 바싹 다가왔다. 4강 신화 재현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도 여물고 있다. 그런데 독일 월드컵 기간 중인 7월 1일 유럽은 중금속이 포함된 전자제품의 유럽 내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 제한 지침’이라는 이 조치는 납 수은 카드뮴 등 인체에 유해한 6대 중금속이 포함된 재료를 사용한 전자제품의 통관을 금지하는 것으로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수출품도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축구 강국이 자웅을 겨루는 월드컵에 비유되어 유럽에서 ‘환경 월드컵’이라 불릴 만큼 각국 기업의 ‘환경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관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금속 함유 재료가 포함된 제품’의 통관 금지 등 현행 국제환경규제는 환경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온 유럽 업체들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환경 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집중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말도 있다.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는 국내 기업에는 이 같은 환경규제가 또 다른 도전이자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선수들의 정신력, 그리고 국민 성원 등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이 세계 축구 4강에 들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면 선진 열강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내 기업들도 자동차, 전기전자 등 주력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준비를 오랫동안 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린파트너십’이다. 각종 환경규제 파고를 넘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에 환경 관련 기술 이전, 생산공정 진단, 환경경영 진단, 환경교육 등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의 ‘중금속 제품 수입 금지’는 부품 하나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와의 팀워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협력업체가 공급한 수만 개의 자동차 부품 중 한 개라도 ‘중금속 함유’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가 통째로 유럽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그린파트너십으로 환경규제 도전을 맞아 ‘그물망 수비’를 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서 부품을 공급 받아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으로서는 협력업체의 친환경 경영이 곧 자사 제품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린파트너십은 규제 대응 기능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15개 협력업체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그린파트너십에 따른 경영으로 2003년부터 회사당 매년 1억 원가량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있다.

환경규제 파고를 넘는 데는 ‘청정생산 시스템’도 큰 역할을 한다. 청정생산 기술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비용도 줄이면서 환경규제에도 대응하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오염물질의 사후 정화보다는 사전에 예방하는 청정생산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의 환경 관련 비용은 아직 폐수 폐기물 관리 등 사후 처리에 80% 이상 지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청정부품 지원 사업’에 많은 기업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환경 이슈의 관건은 얼마나 남들보다 빨리 준비하느냐에 있다. 당장 눈앞의 환경규제에만 눈높이를 맞추면 평생 2류의 서러움을 벗지 못하는 게 시장의 원리다. 앞서 나간 나라와 기업들이 더욱 강화된 규제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조남선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