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의 ‘인간과 자연 그리고 빛’ 연작. 사진 제공 갤러리 아트사이드
최태훈의 ‘GALAXY’전에 선보인 ‘오로라’. 사진 제공 김종영미술관
갑자기 전시장의 불이 꺼진다. 의아해하며 잠시 서 있으면, 깜깜한 공간 속에서 별처럼 은은한 빛이 퍼져 나온다. 마치 시골집의 평상 위에서 올려다보던 그런 밤하늘 같다.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관(02-725-1020)에서 열리는 이성근의 ‘인간과 자연, 그리고 빛’전에서 만나는 풍경이다. 점멸 스위치가 작동하는 3층에 전시된 부조 작품들은 조명 아래서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 주지만, 어둠 속에선 자기 몸을 감춘 채 그윽한 빛을 발산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생명이 무엇인지, 자연의 질서는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화두로 삼아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극도의 집중력으로 피아노 줄이나 탱자나무 가지를 이용해 정교하게 만든 구(球)나 타원과 같은 형상, 때로는 추상적 부조작품이 탄생된다. 모두 ‘도 닦는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정밀한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조형물이다. 원초적 생명을 상징하는 이 형상들은 전시장 바닥에 놓이거나 모빌처럼 천장에 매달려 그림자를 만들어 냄으로써 독특한 조형미와 공간미를 이끌어 낸다.
은하수를 만나는 또 다른 전시가 있다. 7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언덕배기의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열리는 최태훈의 ‘GALAXY’전. 작가는 철 덩어리를 절단하고 용접하는, 그야말로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독한 노동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주의 빛을 선사한다. 길이가 4.5∼8m에 이르는 거대한 철판의 표면에 반복적인 상처를 내는데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 구멍이 생겨 난다. 강철판에 난 이 같은 상흔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암실처럼 휘장이 쳐진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 ‘오로라’ ‘갤럭시’ ‘은하수’ ‘블랙홀’ 등 무한한 우주의 생명과 신비를 느끼게 하는 대작들이 반겨 준다. 강철을 담금질해 새로운 생명을 입히는 작가의 작업에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덕분에 차가운 철판이 소재임에도 작가의 땀이 배어든 작품들은 밤하늘 별무리의 따스한 눈빛을 담아 낸다. 특히 공간을 가로지르는 ‘오로라’는 벽과 바닥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은은한 오로라의 흐르는 빛을 재현해 낸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