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8경기에 등판해 6승 1패에 탈삼진 62개.
신인으로서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의 성적. 하지만 한화 유현진(19)은 김인식 감독에게 칭찬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잘 던졌을 때는 그냥 넘어가면서 가끔 못 던진 날에는 어김없이 호통이 떨어진다. 김 감독은 최근에도 “주자가 있을 때 공을 던지는 요령이 부족하다. 그게 투수냐. 아직 멀었다”고 혹평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 한 차례 더 때리기 위해서였을 것.
감독의 깊은 뜻을 알면서도 내심 속상했던 걸까. 유현진은 감독에게 보란 듯이 ‘항명’했다. 그 방법은 첫째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 둘째 주자를 내보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괴물 신인 유현진이 28일 롯데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7승(1패)째를 올렸다. 팀 선배 문동환(8승)에 이어 다승 단독 2위. 7과 3분의 2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삼진을 8개나 보태 70개로 두산 박명환(63개)을 제치고 다시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 2사 2루에서 롯데 4번 타자 호세에게 적시타를 맞아 1실점한 것. 하지만 불같은 한화 타선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어진 공격에서 김태균이 적시타로 1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며 막내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숨 돌린 유현진의 ‘항명’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2회부터 6회까지 롯데 타선을 잇달아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7회에는 롯데 선두 타자 이대호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이후 호세를 범타 처리하고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주자가 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었다. 한화의 7-2 승리.
삼성은 대구에서 두산을 2-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삼성 선발 하리칼라는 1패 뒤 5연승. 마무리 오승환은 18세이브째를 올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이 경기에선 1999년 5월 21일 쌍방울-롯데전 이후 7년 만에 무4사구 경기의 진기록이 나왔다.
잠실에서 현대는 2회 송지만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LG를 6-3으로 꺾고 선두를 지켰다. 문학에서 KIA는 SK를 8-1로 누르고 3연승하며 한 달 만에 4위에 복귀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