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흑인 우주인 찰스 볼든 씨가 29일 제주도의 한 목장에서 “여러분 자녀에게 우주는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무대” 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진그룹
“우주인 배출은 한 나라의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도 우주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최초의 흑인 우주인 찰스 볼든(59) 씨가 29일 제주 남제주군 표선면 제동목장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초청으로 제주도를 방문한 길이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재단이사를 맡고 있는 조 회장이 볼든 씨가 포함된 재단이사진을 제주도로 초청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에서 우주인 공모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지원자가 2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국의 첫 우주인 배출 계획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어 “한국의 우주인 사업은 걸음마 단계지만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우주인 배출 외에 우주개발사업에도 적극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탄 첫 번째 흑인 우주인. 처음 본 우주에 대해 그는 ‘재미있고(fun) 흥분되고(exciting) 매우 멋졌다(so great)’고 회고했다.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에서 수분을 2L씩 빼내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은 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고도 남았다며 웃었다.
볼든 씨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출신. 소년 시절부터 새로운 기종의 비행기를 시험하는 테스트 비행사가 꿈이었다.
1968년 미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1970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A-6A 전투기 조종사로 100회 이상 출격했다.
이후 해군 시험기 조종사를 거쳐 1985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 본격적인 우주비행사 경력을 쌓았다.
컬럼비아호에 이어 디스커버리호, 애틀랜티스호에 차례로 탑승했으며, 1994년 디스커버리호 탑승 때는 최초의 흑인 우주선 선장이 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가 우주에서 보낸 시간은 총 680시간.
현재 컨설팅회사 잭앤드팬서LLC의 대표로 있는 볼든 씨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민간 우주 외교가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선저우 5, 6호 등 유인 우주계획과 우주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첫 우주인이 배출되면서 과학교육이 활성화되는 전환기를 맞았다”며 “청소년들에게 우주는 희망과 꿈을 키워 주는 매력적인 무대”라고 말했다.
남제주=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볼든 씨는? 베트남전 100회 이상 출격 전투기 조종사… NASA 첫 흑인 우주인으로 680시간 우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