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헬렌 토머스 기자(오른쪽)에게 장난 삼아 즉석 인터뷰를 요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직업이, 아니 인생이 백악관 출입기자.’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45년간 9명의 현직 대통령을 취재한 헬렌 토머스 기자가 86세의 나이로 책을 썼다. 책의 제목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파수견이라고?’.
그는 책 발간 직후 뉴욕타임스 매거진(28일자)과 한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은 언론을 조작해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매일 백악관 브리핑 룸에 앉아 있었던 것은) 오늘 돌아가는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제공을 기피하는 것 자체가 기사”라고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인 2003년까지도 그는 브리핑 룸의 맨 앞줄에 앉았다. 그가 “감사합니다. 대통령”이라고 말해야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이 끝나는 것이 관례가 될 정도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백악관 고정석이 ‘사라진’ 날짜가 2003년 3월 6일이었다고 기억했다. 섭섭함의 표시였다. 그는 그때 UPI통신을 떠나 히스토리 채널과 휴스턴크로니클 등을 소유하고 있는 허스트 언론그룹 소속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그거 전부 쓰면 안돼(That's all off-the-record)’라면서도 기사를 써주기를 기대하며 정보를 제공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칠흑 같은 정오’나 마찬가지”라고 비교했다.
진보적 성향을 보여 온 탓인지 토머스 기자는 올해 들어 백악관 기자회견 때 질문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일도 있었다. 심지어 올 1월 기자회견 때는 부시 대통령이 토머스 기자만 빼고 그 주변에 앉아 있던 기자들 거의 모두에게 질문 기회를 주는 장면까지 벌어졌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대통령은 겁쟁이”라며 “그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는 덤벼도 나에게는 덤비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토머스 기자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무례한(rude) 질문이란 없다. 기자들이 자꾸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더 어색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