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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59회 칸 영화제 폐막…반골 감독’ 황금종려상 품다

입력 | 2006-05-30 03:05:00


28일 저녁(현지 시간) 폐막된 제59회 칸 영화제는 영국의 베테랑 켄 로치(70)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홍콩의 왕자웨이 감독은 심사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로치 감독의 ‘보리밭에 부는 바람’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지에 관심을 보여 온 로치 감독은 영화를 ‘현실과 싸우는 무기이며 현실의 모순에 대해 발언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반골 감독’이다. 그동안 탄광촌의 실직 노동자를 다룬 ‘레이싱 스톤’ 등 7편의 작품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칸과 인연이 깊었지만 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리밭…’은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에 나선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전 등 오늘날 분쟁들에 교훈을 주는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하면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은 불법 전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심사위원 대상에는 프랑스의 브뤼노 뒤몽 감독의 ‘플랑드르’, 심사위원상은 영국의 앤드리 아널드 감독의 ‘붉은 길’에 각각 돌아갔다. 감독상에는 기자들과 평론가들에게서 고른 호평을 받은 영화 ‘바벨’을 만든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알제리인 라시드 부샤레브 감독의 ‘영광의 날들’에 출연한 자멜 데부제를 비롯한 북아프리카계 배우 5명에게 돌아갔으며, 여우주연상은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볼베르(귀향)’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페넬로페 크루스 등 6명이 공동으로 받았다. ‘볼베르’는 각본상도 받았다.

이번 칸 영화제는 거장과 신예 감독들이 수상작을 나눠 가졌다는 평과 함께 루마니아, 헝가리, 포르투갈, 우루과이, 파라과이, 노르웨이 등의 영화가 초대되면서 지역적 다양성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황금종려상, 남우주연상,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들이 모두 정치색이 뚜렷한 영화라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한국 영화의 경우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초청됐고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은 감독 주간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봉 감독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영화란에 ‘괴물’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