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상승 속도의 조정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30일 "최근 경기확장 모습이 '상승 속도의 가속화'에서 '상승 속도의 조정'으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이날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조세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최근 경제 진단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 원장은 "경기 동행지수는 개선이 정체된 상태고 선행지수는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고증가율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반기의 가파른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올해 5% 성장을 달성하느냐 여부보다는 오히려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8%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는 낙관적으로 봐서 그런 것"이라며 "노동과 자본, 사회제도, 정부의 생산성이 개선되면 5%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원장은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무역 자유화 때문이 아니라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고용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외환 위기 여파로 발생한 실업이 자영업 양산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직업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약계층, 한계계층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인 복지지출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중국과 인도 등은 개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키워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시장 뿐 아니라 유럽 및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미 FTA 등 개방 정책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달러화 약세가 장기적 추세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지속되겠지만 최근 일본 경기가 상승세에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원-엔화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불패'에 대한 믿음을 아직 가지고 있는 만큼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현 원장은 주장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