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주 100마일 마라톤’의 경험을 통해 나는 영원히 변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더 명확해진 것처럼 근심 없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시야가 넓어졌고 단점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160km를 달렸으니 이제는 160km 이상이라도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론 인간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내 한계를 확장하고 싶어졌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찾아내고 싶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야 했으므로.―본문 중에서》
울트라마라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운동일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 이상을 달리는 모든 달리기 경기를 일컫는 용어다. 대개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공식종목인 100km 달리기를 지칭하지만, 300km 이상의 극한 달리기도 있다.
이 책 저자의 이력을 보면 먼저 놀람을 지나 경악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잠 안 자고 75시간 동안 420km 완주,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가 넘는 상태에서 216km 완주, 해발 2500m가 넘는 산 4개 이상을 달리는 160km 완주.
마라톤을 40회 이상 완주한 나도 감히 상상도 못 해 보았던 거리와 악조건이다. 아마 모든 독자가 먼저 찾고 싶은 답은 ‘도대체 왜 그렇게 극한 상황과 거리를 달리는가’일 것이다. “날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쉬운 질문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목표, 모험, 몸을 현실 밖으로 밀어내려는 도전 의식이 그 답이다.”
서른 살 생일. MBA 출신으로 잘나가던 저자 딘 카르나제스는 “돈을 벌고 물건을 사는 것으로 정말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자연과 내 능력을 탐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어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밤새 50km를 달리고 나서 그의 인생은 ‘울트라마라톤 인생’으로 바뀌었다. “내가 그토록 갈구하던 바로 그 자리에 선 느낌이었다. 난 행복했고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목표 없이 그저 먼 거리를 달리던 그는 미국 서부지역의 고산을 뛰는 ‘서부 주 100마일 극한 달리기 대회’에의 도전을 감행했다. 수직벽 같은 가파른 산을 오를 때의 다리 고통, 발바닥 물집이 터져 피가 날 때의 아픔, 고통으로 인한 현기증과 착시현상. 그는 그런 극한의 고통마저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통증은 몸이 약해지는 걸 막아 주는 방법이다. 고통을 억누르려고 애쓰기보다는 그걸 음미하고 축하해야 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본 사람들은 고통의 의미를 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건 도전을 해 본 사람, 엉덩이에 난 땀띠가 터져 피가 날 정도로 공부해 본 사람, 마라톤 완주를 위해 35km 사점(死點)을 넘어 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극한의 고통을 겪지 않고는 성공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고통이 더할수록 성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래서 고통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100마일 극한 달리기’ 이후 남극점을 마라톤으로 밟았고,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320km를 잠 안 자고 달리기도 했다. “꿈은 대개 천천히 스러진다. 열정적인 순간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꿈을 키우지만, 결국 처음의 강렬함을 잃고 희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는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선주성 러너스클럽 대표·마라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