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회사로 발전하도록 도와주십시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TV 광고에 나온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의 한국어 발음은 어눌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호기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2003년 10월 GM대우 출범 1주년을 맞아 직접 광고에 출연한 닉 라일리 사장은 GM이 인수합병한 대우자동차의 발전을 약속했다. 그는 이를 실천했다.
▷라일리 사장은 GM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으로 승진해 7월 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한다. 한국에서의 3년 8개월 동안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대우차를 GM에서 가장 잘나가는 핵심 자회사로 변모시킨 공로다.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2년 41만1573대에서 지난해 115만7857대로 2.8배가 됐고, 작년엔 사상 최초로 흑자도 기록했다. 또 2001년 정리해고한 부평공장 생산직 가운데 재입사 희망자 1609명 전원을 최근까지 복직시켰다. 미국의 자동자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지난해 세계자동차업계의 10대 스타에 포함시킨 게 수긍이 간다.
▷라일리 사장의 성공은 적극적인 대화로 직원들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한 결과다. 그는 전국의 공장을 돌며 1년에 30여 차례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축구 마라톤 등산 등을 통해 노사 화합을 모색했다.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낼 만큼 한국 풍토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너희는 파산한 회사 임직원이니까 GM의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했다면 지금의 GM대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우차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민주당 고문이던 2001년 5월엔 부평공장을 방문해 외국자본에 매각할 것을 설득하다 노조원들이 던진 계란에 맞기도 했다. 대우차 서포터로 광고에 나선 일도 있다. 그런 만큼 대우차 회생에 대한 감회도 남다를 법하다. 노 대통령이 ‘서로 끌어주고 격려하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는 라일리 사장의 리더십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