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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세제 “마이웨이” 충돌

입력 | 2006-06-02 03:03:00


《5·31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각종 정책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의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등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유세기간 중 재건축 규제 완화와 수도권 규제 폐지 등 중앙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공약들을 내놓았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성명을 통해 “기존 정책과제를 최선을 다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제1차관도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왔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중앙정부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한나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 부동산 정책 신경전

우선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 공급 방안을 놓고 마찰이 우려된다.

오세훈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면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아도 강남에 10만 채의 물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정부가 최근 청와대브리핑 등을 통해 이미 재건축이 진행 중인 곳과 송파, 판교신도시만으로 충분하며 강남권 추가 공급은 불필요하다는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2009년부터 4만6000여 채의 주택이 들어설 송파신도시에 대해 오 당선자가 이명박 시장에 이어 반대 입장을 견지한다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토계획법상 송파신도시 건설을 위한 광역도시계획 변경(그린벨트 해제) 과정 중 공동기초조사, 공청회, 지자체 의견 청취 등은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건축 규제를 놓고도 의견이 팽팽할 듯하다.

정부는 서울의 일부 구청이 재건축아파트의 층수 및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총면적 비율) 완화 움직임을 시사한 뒤 부동산값이 들썩였다며 3·30대책의 하나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했다. 지자체가 재건축 등을 위한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건설교통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건교부가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오 당선자는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온 만큼 재건축 시장 위축을 가져올 정부의 ‘간섭’에 해당 지자체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 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청 관할권을 놓고도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한시적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이런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정부는 부산, 전남 광양 등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 당선자는 “특별지자체로 전환하면 해당 지역이 중앙정부 관할이 돼 지방자치가 후퇴한다”며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 당선자는 주요 공약으로 천안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 군산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지역 숙원이다.

하지만 재경부는 현재 인천 등 3개 경제자유구역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추가 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경남도의 남해안프로젝트와 전남의 서남권 관광레저도시개발(J프로젝트) 등에는 막대한 정부 재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이 사업들이 다른 지역개발사업과 중복돼 추가 지원이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과 지방정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중앙정부는 지자체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중앙과 지방 간의 분쟁도 조정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자립형 사립고-영어마을 대립

교육 분야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대표적인 정책은 자립형 사립고.

오 당선자는 뉴타운이 조성되고 있는 은평구, 서대문구 아현동, 성북구 길음동 3개 지역에 자사고를 설립해 시범 운영해 본 다음 25개 구의 기존 사립학교 중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희망 학교를 선발해 민간 자사고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1월부터 자사고 확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3월 23일에는 “자사고를 확대하면 중학교 과열 과외와 중3병, 고교서열화가 부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오 당선자는 “교육부와 협의해 나가겠지만 설사 교육부와 협의가 안 돼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강력한 의사를 밝혀 앞으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어마을 확대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엇박자인 사례.

오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서북권(은평·서대문)과 서남권(구로·금천)에 각각 1곳씩 1만5000평 규모에다 기숙사까지 갖춘 ‘영어 체험마을’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김관용 한나라당 경북지사 당선자도 3곳의 영어마을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파주 안산시의 영어마을을 본떠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11명의 후보가 영어마을 조성이나 원어민 교사 확충 등 영어교육 관련 공약 15건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이 모두 당선됐다.

중앙정부는 영어마을을 더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다.

○ 세금 정책에서도 이견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강남북 간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자동차세, 주행세, 담배소비세 등 3개 세목을 자치구에 넘기고 대신 재산세를 넘겨받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았다.

각 구(區)에서 걷는 세금인 재산세를 서울시가 걷게 하고 대신 서울시가 걷는 세금을 구에 주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오 당선자는 “세목 교환은 늘어나는 재산세를 서울시 세금으로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오 당선자는 그 대신 재산세의 50%를 거둬 균등 배분하는 공동목적세를 주장하고 있다. 평균 재정 수요 충족도가 올라 재정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산세 탄력세율 적용을 놓고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갈등 양상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잇달아 탄력세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는 반면 중앙정부는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곳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17곳이 자체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10∼50%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재산세를 낮추는 지자체에 재정적인 불이익을 주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재산세를 낮출 수 있는 폭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수도권 규제정책 완화 놓고 격돌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자며 지난해 대체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공장총량제 폐지 △과밀억제, 성장관리, 자연보전 등 3개 권역으로 되어 있는 권역 구분을 과밀억제, 성장관리 2개 권역으로 단순화 △개별특별법 대상지역에 대한 중복규제 철폐 △지역전략산업단지 선정 및 육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당선자는 취임 후 이를 곧바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당선자가 추진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하나같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방분산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방균형발전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다음에야 수도권 규제 완화를 일괄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며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경기 파주시 LCD단지처럼 시급한 투자 요인이 생길 때에만 사안별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또 최근 비수도권 1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대기업 투자가 수도권에만 몰릴 수 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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