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내년대선을 향한 대선주자들의 각개약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참패를 함으로써 정계개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보는 이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정국 전망과 대권 행보, 민생 현안 등에 대한 생각을 듣기로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1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2시간 40분가량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다. 어떻게 평가하나.“국민이 굉장히 현명하고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정부가 양극화 현상을 조장하고 부동산 정책 등 여러 정책으로 없는 사람을 두둔하는 전략을 썼지만 국민들은 정치권 의도를 뛰어넘어 잘 평가하고 있다. 그 평가가 선거결과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의 정치노선에 대해서 거부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표의 피습으로 박근혜효과를 봤다는 얘기도 있다.
“선거 말기에 가서는 박근혜 효과가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이미 분위기는 그쪽으로 갔지만 표차를 더 벌어지게 만드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표가 퇴원하자마자 바로 대전에 간 데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박 대표가 대전을 갔으니까 그만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나라도 갔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평하는 게 좋다고 본다. 혹평해서는 안된다. 본인이 상처를 입고 열정을 보였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경쟁자로서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선의의 경쟁은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상당히 바람직하다. 국민들 보기에도 그렇고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박 대표나 나나 협력관계의 테두리 내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본다. 위험한 관계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고 협력이라는 선의의 테
두리 내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지지가 대선까지 갈 것으로 보나.
“2002년 선거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졌다는 선입견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는데 이성적으로 보면 여건이 다르다고 본다. 지금은 상당히 서민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이 바탕이 되고 있다. 당시는 그 사람들이 한나라당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
때와 바로 대입시킬 수는 없다. 물론 겸허한 자세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고 그런 자세로 나가면 다른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
―정계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보나.
“우리 정치는 3김 시대 이후 걸핏하면 당 해체하고 대선 직전에 만들어서 나오고, 그런 수법을 늘 해왔다. 우리는 광복 이후에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역사를 가지지 못했다. 이념도 다르고 정책도 다른 사람들이 이합 집산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현실이라고 해석한다. 과거와 같은 수법으로 헤쳐 모여 하는 것은 참신하지 않고 효과도 감해질 것이다.”
―퇴임 후 어떻게 하려고 하나. 재·보선에 출마할 생각은….
“그런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내 행위는 100% 정치적행위다. 끝나면 사무실도 여의도에 두지 않을 것이다. 퇴임 이후 강북에 있으면서 책도 보고, 오는 사람도 만나고 할 것이다. 지방 농어촌 다니면서 체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해외도 한두 군데는 가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대권주자로 생각하고 있다. 언제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건가.
“나는 대권에 나올 사람들도 자기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누가 대통령 되겠다고 해서 방법 수단 가리지 않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당선된 이후에 무엇을 하겠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던 것같다. 참여할때까지는 각자 생업에 열심히 종사했으면 좋겠다. 어느 시점이 돼서 선언하면 되고, 나는 그런점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공부하겠다는 건가.
“금년은 지나야겠지. 시대가 어떻게 되느냐.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 있다고 본다. 나도 공직자인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도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 됐다는 그런 생각하지 말고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야 한다. 내가 지금 대권후보 어쩌고 떠들면 레임덕을 부추기는 것이다.”
―대선에 도전하려면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패자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여망은 정권교체에 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한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단합해서 정권 교체하는데 전력을 다하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 둘로 쪼개지면 국민적 여망에 맞추는 게 아니라 개인적 여망을 따르는 것이 된다. 내가 공정경선을 해서 승복안 한다면 국민들이 볼 때 자기 욕심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건 국민적
배신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표나 나나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박 대표와 이 시장 중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 대표는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누가 집권하든 집권한 뒤 난제를 해결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해결해야 할 난제의) 많은 뿌리가 내려져 있다. 어떻게 정말 통합하면서 끌고 나갈것인가, 이것이 더 심각하다. 박 대표와 나는 출신성분부터 구분이 되니까 선택하기가 쉽다. 박 대표와 나는 서로의 장점을 합치는 게 정권교체라는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나라가 작으니까 전 국토가 혜택 받는 사업이 있어야 한다. 나는 허황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실제 적용이 되고, 완벽한 일을 얘기한다. 내가 어떤 일을 얘기할 때는 상당한 연구를 해서 얘기한다. 토론 과정 등이 눈에 안 보이니까 이걸 보고 불도저식으로 민다고 그런다. 지금은 속전속결시대다. 시대의 반걸음 정도는 앞서가면서 살려고 한다.”
―현 정부 들어서 강남 집값이 제일 많이 올랐다. 정부 책임이 있겠지만. 서울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정부의 강남 대책이 일관성이 없는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2003년 8월 부동산 투기업자 대책을 세울 때 해결방법이 강북에 뉴타운을 세우고 교육기관을 넣어야 한다는 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그때 시행했으면 지금쯤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정책을 일관성 있게 꾸준히 해야 한다. 세금을 가지고 해결하겠다는 것은 최악의 정책을 쓰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정
책의 일관성이 없고 종합적 경제정책을 쓰는 능력이 없다.”
―재산세가 국민들이 못 느끼지만 지금이 1이라면 2008년이면 5가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서 안 바뀐다고 말하지만 (집권하
면) 그대로 끌고 갈 것인가.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투자의욕이 생기는 쪽으로 방향, 신뢰여건 조성 등 기조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고칠 게 있으면 고쳐야 한다.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만든 것은 수정돼야 한다.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하는 것, 양극화 조정 같은 정책 등은 다소 수정을 해서 경제논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이념적으로 정치적 논리가 들어간 것은 빼고 실용적인 경제논리로 해야 한다.”
―정부의 양극화 문제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정부는 해법이 없는 것 아닌가. 구호만 있었지. 세금도 소득이있어야 걷히는 것이지. 그런 복지정책은 많은 나라가 쓰다가 지금은 생산적 복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양극화라는 용어는 외국에서는 잘 쓰지않는다. 정치적 용어로서는 잘 만든것 같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비스업종 첨단산업 제조업 등을
균등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게 만들어줘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지식인 사회가 진보 보수로 나뉘어서 갈등을 빚고있다. 대표적인 요인이 인위적으로 과거사 청산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역사라는 게 어두운 면도 있고 밝은 면도 있어, 과거의 어두운 면만 포커스해서 문제 삼으면 앞으로 한 걸음도 못 간다. 현재가 과거와 맞붙어 싸우면 피해보는 것은 결국 미래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됐다. 이 정권이 과거 청산 문제를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한다. 과거는 관용으로 해야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방향을 잘못 선정했다. 과거를 따지자는 사람은 진보처럼 보이고 지키자는 사람은 보수로 보인다.
진보는 개혁적, 민주적이고 보수는 독선적, 비개혁적이라는 식으로 용어가 해석되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것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문제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다음 정권의 과제 가운데 교육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다고 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학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교육이 보육까지 내려가야 한다. 초중등 의무교육을 하고 입시 제도를 붙들고 난리인데, 교육당국이 뭘 붙들고 하겠는가. 나는 일
시에 경쟁체제로 다 갈 수는 없어도 경쟁과 평등이 공존하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서의 경쟁과 평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존하는 게 좋다고 본다. 없는 아이도 좋은 학교 가도록 사회적제도를 만들면 된다. 고교 교육도 공존하는 게 좋다. 20∼∼30%는 경쟁하고, 특목고 자사고 만들어도 된다.”
●盧정부 경제 정책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남북통일에 대한 당장의 준비는 남북한이 다 안 돼 있다. 적절하게 양쪽이 준비가 돼야 한다. 남북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극적인 상황을 만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남북문제는 초당적, 전 국민적 동의가 돼야 한다. 집권당이 전략전술에의해서 극적상황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면 무슨 목적으로 가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오리무중이니까 추측을 많이 하는 것이다.”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필요하다고 보나.
“21세기는 과거와 달라진 게 너무많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종합적으로 헌법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4년제 중임으로 바뀐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국가정체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개헌하자
는 것은 2007년 대선 전략이라고 본다. 각 당이 연구해서 대권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선된 사람이 1, 2년 안에 충분히 논의해서 헌법안을 통과시켜 진정한 국민적 합의에 의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와 재산세 문제는 경제를 보는 눈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조세를 가지고 어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 세계는 법인세 등 세금을 낮추는 쪽으로 가고 있다. 선진국은 조세정책으로 지원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조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급진적이어서 우려가 된다.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민층이다. 이렇게 되니 바닥경제라고 할 수 있는 건 설경기가 죽고 바닥경제가 죽으면 서
민경제에 연결된다. 정책을 급하게 변경시키는 것은 결국 실패한다.”
―경제문제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 정부가 해주겠다고 해도 기업이 믿지 않는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장기적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국민이 신뢰한다. 현재 정부는 그런 점에서 신뢰를 못 주고 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리=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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