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 카페 ‘시인학교’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다시 문을 열었다. ‘교장’ 정동용 씨(오른쪽)는 “문인들이 더욱 훈훈하게 정을 나누고 문학을 토론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더욱 훈훈한 문학공간을 만들어야죠.”
‘시인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2년 만이다. 시인학교는 198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자리 잡고 20년 동안 문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 카페. 문인들의 아지트요 여관방이던 이곳은 2004년 6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교장’으로 불리던 주인 정동용(46) 시인은 그간 “폐교가 아니라 휴교”라면서 재기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노점상과 막노동을 하면서 시인들에게 육필 시를 받아 기획 시집을 내고 전시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시인학교는 재개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연이 전해지자 지인과 문우들이 나섰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지난달, 인사동은 아니지만 인사동 가까운 안국동 골목길의 한 건물 지하에 싼 값으로 세를 얻었다.
“인사동 시절 근근이 월세를 막으면서 지냈지만,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차마 문을 닫기 힘들었지요.”
천상병 시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3년 동안 거의 매일 오전 11시에 시인학교로 ‘출근’했다. 이생진 신경림 씨 같은 원로 시인부터 함민복 이윤학 씨 등 젊은 시인까지, 시인뿐 아니라 현기영 심상대 씨 등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이 밤낮없이 시인학교에 북적였다.
“어느 날 기형도 시인이 들렀다가 아는 얼굴이 없다며 그냥 갔는데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붙잡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지금껏 든다”고 정 씨는 회고했다.
터 잡은 곳은 다르지만 가게 안은 다르지 않다. “언젠가 다시 문을 열리라는 믿음 때문에 테이블과 찬장은 물론 그릇과 찻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친구에게 맡겨 놓았었다”는 정 씨는 “8일 개업식을 하는데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시인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며칠 전 아예 영업을 시작해 버렸다”며 웃었다. 02-735-1984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