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55·사진) 대만 총통이 지난달 31일 정부 운영에서 손을 떼고 쑤전창(蘇貞昌·58) 행정원장(총리)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천 총통은 서면을 통한 성명에서 쑤 행정원장에게 내각을 통제할 모든 권력을 넘기며 앞으로 선거운동을 포함해 집권 민진당의 일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집권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또 자신과 가족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생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천 총통은 임기가 만료되는 2008년까지 외교 및 정부 정책의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 정도만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천 총통의 성명 발표는 최근 연이어 폭로된 가족의 비리로 지지율이 사실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10%대로 떨어지고, 퇴진 요구가 거세지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천 총통의 사위인 자오젠밍(趙建銘) 씨는 지난달 25일 대만 역사상 총통의 친인척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의사인 그는 대만토지개발공사 이사장에게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이 공사 주식 1790만 대만달러(약 5억3000만 원)어치를 사 약 8배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거래에는 자오 씨의 부모와 동생 부부도 끼어들어 한몫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천 총통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딸과 사위가 살고 있는 자신의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천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주식 내부자 거래로 폭리를 취한 사실이 밝혀져 모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권력 이양으로 임기를 2년 남긴 천 총통은 앞으로 실권 없는 명목상 총통에 머물 것이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