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디지털 미디어 부문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직원들이 컨베이어 라인에서 이 회사 초콜릿폰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경기 평택시에는 축구장 70개 정도 크기(15만 평)의 첨단산업기지가 있다. LG전자의 ‘평택 디지털파크(사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은 LG전자의 평택공장이었다. 1984년부터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와 컴퓨터 등을 생산해 오다 지난해 5월 서울과 충북 청주시의 휴대전화 생산시설을 이곳으로 합쳐 디지털파크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DVD플레이어, 광(光)저장장치 등이 모두 생산되고 있다. 6600여 명이 연간 5000만 대의 휴대전화와 2200만 대의 영상음향(AV) 제품을 만들어 낸다.
LG전자는 고유가와 원화환율 하락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최근부터 낭비를 줄여 혁신을 꾀하는 일본 ‘도요타 생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이곳의 공장시설을 본보에 처음 공개했다.
○낭비를 줄이는 ‘5초의 혁신’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공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먼지를 막는 특수가운을 입고 10초 정도의 공기 분사(噴射)를 거쳐야 했다.
도요타 생산방식 중 하나인 ‘5S’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 등 5가지 활동을 통해 생산혁신을 추구한다. 부품과 설비는 필요한 만큼만 담아 제자리에 둔다.
공장 내부에는 작업 공정(工程)을 알리는 모니터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 모델별로 하루 생산계획과 진척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바닥에는 작업구역을 지정하는 노란색 줄과 부품을 실은 카트를 두는 파란색 꺾쇠 표시도 있었다. 공정의 낭비 요소를 줄이기 위해 ‘눈으로 보는 관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수십 개의 컨베이어 라인에는 초콜릿폰 등 이 회사의 각종 단말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허치슨사(社)에 공급하는 ‘DVB-H폰’ 조합 라인 앞에 섰다.
600여 개의 전자회로 부품이 꽂혀 납땜된 단말기 기판이 30m 길이의 라인을 따라가면서 휴대전화 제품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불과 5초 만에 한 대씩 새로운 휴대전화가 생산돼 ‘5초라인’으로 불린다.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시대의 공정
정교한 조립과 불량 검사를 제외하고는 기계가 처리하기 때문에 전체 라인의 절반 정도에만 직원들이 근무했다.
대개 20대 초반인 여성 직원들은 흰색 스티커에 ‘카메라 화질 이상’ 등 불량 항목을 미리 적어두었다가 불량품이 생기면 곧바로 스티커를 붙여 라인에서 빼냈다. 눈높이에는 ‘작업 표준’을 두고 틈틈이 참고했다. 불량품을 줄이려면 기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평택 디지털파크의 강점은 이 회사의 디지털 미디어 부문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김봉남 LG전자 평택경영지원팀 상무는 “부품의 공동 구매와 품질검사가 가능해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의 공정은 다양한 융합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도 최근 이곳에서 중장기 전략회의를 열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대처방안을 주문했다. 이 회사는 인근 2만여 평을 추가로 매입해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선(先) 주문을 통해 계획생산이 가능한 자동차 산업과 달리 전자와 정보기술(IT) 산업은 예측 의존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도요타 방식이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즉시 고치자’는 문구가 펄럭이는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고도 뜨거웠다.
평택=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