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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의 도시와 건축]한강과 센강

입력 | 2006-06-02 04:58:00


최근 청계천 복원에 이은 서울의 개발 구상에 한강이 떠오르고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개발 계획은 앞으로 얼마나 서울이 친환경적이며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도시로 거듭 날 수 있느냐를 가늠할 것이다.

파리의 센 강이나 런던의 템스 강 등 세계적인 도시에는 모두 강이 있지만, 서울의 한강만큼 크고 아름다운 곳은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한강이 도시인들의 쉼터로서,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파리의 센 강은 이를 둘러싼 ‘환경 건축’의 모범 사례다. ‘건축화 조명’을 갖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조각품, 유서 깊은 돌다리들이 강변을 따라 늘어서며 명소를 만들어 낸다. 이런 풍경은 센 강과 함께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 낸다. 센 강의 유람선에서 보는 야경은 파리 관광의 하이라이트다.

그에 비하면 한강은 천혜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인상을 준다. 한강은 자동차 도로나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이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만 즐길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전통을 간직한 옛 건물은 볼 수 없고, 아파트나 빌딩 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 현대적 조명을 갖춘 다리,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전부다.

한강과 센 강의 얼굴이 다른 이유는 서울 개발사와 관계가 있다. 1950년대에는 제1한강교에서 지금의 반포대교 사이 이촌동 일대에 여의도만 한 모래톱이 있었으나 개발 붐을 타고 사라졌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강을 매립하고 아파트와 맨션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후 강변을 타고 아파트가 들어섰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주위에 자동차 도로가 건설됐다.

파리의 경우는 강변에 고(古) 건축물과 조각품, 공공 건물을 두고 그 뒤에 주거 지역을 배치했다. 대지 전체에는 공공 공간의 네트워크와 산책로를 조성했으며 강변의 건물 높이도 주택은 6층(24m), 가장 높은 대로변의 업무용 건물은 8층(35m)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센 강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에 ‘건축화 조명’을 설치하면 근사한 야경을 만들어 내지만, 한강 주변은 모두 아파트여서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만 된다.

센 강과 한강의 얼굴이 다른 것은 주변 도시 풍경 때문이다. 한강에 흐르는 강물만으로는 도시가 자랑하는 ‘모임의 공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파리의 센 강처럼 강 주위에 문화적 역사적 볼거리가 많아야 하는 것이다.

한강은 얼마든지 서울의 얼굴이 될 수 있다. 한강을 끼고 조깅과 산책을 하거나 스포츠 활동 등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강을 모임의 공간으로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강 자체의 개발뿐만 아니라 주변 워터 프런트 개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10년이나 20년 뒤에는 한강 주변에 문화적 건축물이 풍성해져 사람들의 모임을 이끌어냈으면 한다. 그때쯤이면 서울 시청 앞 월드컵 응원이 한강 응원으로 바뀔 것 같다.

양진석 건축가·Y GROUP 대표 ygroupy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