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교역조건이 계속 악화되면서 실질국민총소득(GNI)이 1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실질국내총생산(GDP)은 4월말 발표된 속보치보다 약간 하락해 올해 5% 성장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설비투자가 5분기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연초 경기회복 기대감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전분기에 비해 0.6% 감소했다.
실질 GNI가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1분기(1~3월) 이후 1년만에 처음이다.
실질GNI의 감소세는 올들어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급격히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1분기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실액은 16조8000억원이나 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대외배당금 지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이 비교적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낸 것도 실질 GNI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질 GN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3% 증가해 2004년 4분기(10~12월, 2.5%)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에 비해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4월말 발표된 속보치 1.3%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연간 비율로 환산할 경우 4.9%에 해당하는 것으로, 올 하반기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정부가 당초 예상한 올해 5% 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풀이됐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전분기보다 0.6% 증가했으며, 건설업과 서비스업도 각각 0.4%와 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 소비와 재화 수출이 각각 1.3%와 2.6% 증가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설비 투자는 기계류 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0.4% 감소해 2004년 4분기(-0.9%)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1분기 총 저축률은 민간 및 정부의 명목 소비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31.6%로 전분기(32.9%)보다 소폭 하락했으며, 총 투자율은 31.5%로 다시 30%대를 회복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반도체 수출 가격 하락과 대외배당금지급액 증가에 따른 요소소득 적자로 인해 실질 국민소득이 줄었다"며 "결국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분기 실질 GDP가 작년 동기보다 6.1%나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였으나 올해 5% 성장률 달성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