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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자장면 먹을 땐 행복해!…‘짜장면 불어요!’

입력 | 2006-06-03 02:59:00

‘짜장면 불어요!’는 유쾌하고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주인공 기삼이는 “전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짜장면 탄생을 기념해 ‘짜장면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제공 창비


◇짜장면 불어요!/이현 글·윤정주 그림/228쪽·8500원·창비(초등4년 이상)

“자장며언? 짜장면이 아니고? 어이구…내가 여태 살면서 중국집에 전화해서 ‘자장면’ 갖다 달라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그럼 짬뽕은 잠뽕이냐, 잠봉이냐? 짬뽕은 짬뽕인데, 왜 짜장면만 자장면이라는 거야?”

이렇게 수다스러운 녀석을 봤나. 입만 열면 청산유수다. 직업은 ‘철가방’. 황금반점의 전속 배달부다.

‘짜장면 불어요!’는 명랑한 기삼이와 막 철가방의 세계에 입문한 용태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동화다.

“배달에도 철학이 있다” “눈물 섞인 칼질을 안 해 본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는 등 쏟아지는 기삼이의 입담이 여간 현란한 게 아니다. 용태가 소리 높여 반박하다가도 기삼이의 말솜씨에 눌려 꼬리를 내리기 일쑤다.

“대한민국에 철가방의 발이 안 미치는 데가 있어, 없어? 당연히 없지. 아파트, 주택, 사무실은 기본이야. 은행 백화점 공사장 논두렁 밭두렁 노점에 학교까지 들어가.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모두 말이야.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를 보던 사람들도 시켜 먹지. 상암 월드컵경기장도 마찬가지야.” 따라 읽다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지만, 은근한 뼈가 있다. ‘짜장면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은 평등하더라’는 메시지다.

철가방은 그저 아르바이트이고 인생 목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용태. 그런 용태에게 기삼이는 “공부 잘하면 의사 변호사 박사만 택할 수 있지만, 공부를 못하면 철가방을 들 수도 있고 요리사가 될 수도 있고 춤추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또박또박 말한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편견’임을, 무겁게 알리기보다는 발랄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돋우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책에는 ‘짜장면 불어요!’를 비롯해 신선한 발상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단편 5편이 담겼다. 인기 짱인 남자아이와 평범한 여자아이의 코믹한 풋사랑 얘기를 통해 성장통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우리들의 움직이는 성’) 등 이야기마다 재치 있고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 보게 한다. 퍽 알찬 작품집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