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2006 독일 월드컵 응원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던 농악대 응원(오른쪽). 16,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원정 응원에 나서는 국악단 ‘소리아’.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뷰티풀 코리아
수만 명이 동시에 응원가를 부르고 관중석 곳곳에 불까지 피우면서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유럽의 축구팬들. 불과 수백 명인 붉은악마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쩌렁쩌렁 울리는 꽹과리와 북 소리 때문이다.
사물놀이패 김덕수 씨가 이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학생 22명은 독일 월드컵 원정 공연 ‘비나리 프로젝트’를 위해 1일 축구대표팀 전지훈련장인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비나리 프로젝트팀은 독일로 출정할 붉은 악마와 함께 ‘레즈 고 투게더’ ‘승리를 위하여’ 등 응원가와 구호를 함께 연습했다.
“100∼200명에 불과한 붉은악마가 5만 명이 넘는 외국 응원단을 눌러 이길 수 있는 힘은 사물놀이 가락과 조직적인 응원에서 나옵니다. 공격할 때는 짧고 강한 비트의 장단과 구호를, 역습을 당할 때는 일부러 느린 장단의 구호로 상대팀의 흐름을 끊지요.” (김정연·붉은악마 행정간사)
▲ 코리아 파이팅
김덕수 씨는 “사물놀이 장단은 한국선수에게는 휘몰아치는 신명의 리듬으로 들리지만, 외국 선수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가락이 시끄럽고 위협적인 소음으로 느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는 “국악에는 원래 ‘얼씨구, 좋다’ 하면서 상대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추임새 문화’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음악보다도 응원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경기장뿐 아니라 길거리 무대 곳곳에서도 국악 응원전은 펼쳐진다. 독일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을 본떠 경기장 주변 공원에 대형 스크린과 무대를 설치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 남사당패로 출연했던 안성시립남사당풍물단은 9∼26일 프랑크푸르트 등 경기가 열리는 독일 5개 도시에서 풍물놀이, 버나놀이(대접 돌리기), 무동놀이, 상모놀이, 설장구 합주 등을 선보인다.
젊은 국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5인조 신국악단 ‘소리아(SOREA)’도 16, 1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피파 팬 페스트 WM 2006’ 행사에서 70분간 공연을 펼친다.
국악 응원가를 수록한 앨범의 출시와 공연도 잇따르고 있다. 앨범 ‘대한민국 국악 응원가’에는 연극배우 출신의 또랑광대 슈퍼댁(김명자)이 부르는 판소리 ‘아줌마 월드컵’ 등 12곡이 실렸다. 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의 일요열린국악무대에서는 소리꾼 류수곤 씨가 창작 판소리 ‘월드컵전’을 부를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